떨림 없는 인터뷰는 인터뷰가 아니었음을
채용 담당자로 일을 하며 지금까지 여러 번의 인터뷰에 참여해 왔지만, 첫 인터뷰 때의 기억만큼은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들어가기 전 후보자분들의 이력서도 정말 많이 보고 어떤 식으로 질문할지 여러 번 시뮬레이션했음에도, 기본적으로 인터뷰가 굉장히 중요한 채용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보니 아무래도 긴장이 많이 됐다. 그리고 몇 번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같이 채용을 담당하고 있는 리크루터 분들로부터 들은 피드백과 내가 했던 생각들을 종합해 적어보았다.
인터뷰 역시 하나의 대화임을 잊지 말자
간결하게 질문하지 않으면 질문이 무엇인지, 그리고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지 후보자 분이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질문이 길어지는 이유는 하나의 질문을 통해 너무 많은 내용을 이끌어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인터뷰 역시 하나의 대화와 마찬가지다. 무엇을 물어보는 건지가 분명하지 않은데, 분명한 대답을 바라는 건 대화라고 보기 어렵다. 우리가 후보자와 만나 이야기하는 과정을 '면접 전형'이 아닌 '인터뷰 전형'이라고 부르는 이유에도 여기에 있다. 일단은 채용 프로세스 중 하나다 보니 어느 정도의 평가가 들어가기 마련이지만, 그 이전에 서로가 서로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며 알아가는 시간이라는 점이 훨씬 중요하다.
준비해 둔 질문보다 오히려 좋은 질문이 될 수 있다
이 역시 보다 의미 있는 인터뷰가 이루어지기 위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간결하게 질문하기"를 보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인터뷰 전, 후보자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질문을 준비하는 것 역시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후보자의 답변을 듣고 그 안에서 새로운 질문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는 정제된 문서고, 그렇기에 그 안에서 필연적으로 생략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 생략된 부분을 후보자의 답변에서 이끌어내는 것이 인터뷰어의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미리 준비해 둔 질문을 모두 물어봐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는 것보다 정말 의미 있는 질문을 통해 후보자의 역량과 열정을 세심하게 확인하는 것이 인터뷰의 본질인 것이다.
떨림 없는 인터뷰는 인터뷰가 아니었음을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 내가 느끼고 있는 이 떨림이 인터뷰에서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적어보았다.
여기서의 떨림은 비단 긴장과 염려의 떨림뿐만 아니라, 두근거림과 설렘의 떨림까지를 포함하는 것이다. 이번 인터뷰에서 만나 뵐 후보자가 우리가 그토록 찾고 있던 사람이었으면, 그리고 인터뷰 시간을 통해 우리와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으면 하는 마음이 떨림으로 치환되는 것이다.
HR에 오래 몸담은 분들의 글이나 경험을 듣다 보면 심심치 않게 나오는 말이 'HR은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매너리즘에 빠진 사람은 더 이상의 떨림을 느끼지 않는다. 후보자가 느끼는 떨림만큼 리크루터도 떨림을 느끼는 인터뷰가 더 좋은 인터뷰가 아닐까 싶다.
커뮤니케이션팀에 온보딩하면서 인터뷰에 대해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는 '후보자의 인터뷰 경험이 긍정적으로 기억되게 할 것'이었다. 1시간 내외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시간이, 면접자와 면접관 모두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되도록 만드는 건 결국 채용 담당자의 몫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