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를 살까 말까... 고민만 2년째

언제가 될지 모르는 '이사를 가야 할 수도 있는 상황'

by 조희진

소파도 사야 하고 카펫도 사야 하고 수납장도 사야 한다. 2년째 생각하고 아무것도 사지 않고 있는 중이다. 이 집으로 이사 온 지도 딱 24개월이 되었다. 이사 들어온 날 있었던 가구 그대로 있다. 이전집에서 가져온 내 침대와 의자에 더해 집주인에게 저렴하게 산 식탁과 책장이 전부다. 모서리에 있던 수납장도 있었는데 쓸모없어 중고로 팔았다. 다행히 물건이 많지 않아 수납장이 많지 않아도 크게 부족하지 않다. 실내에 적어도 한 면은 텅 빈 벽이 있는 것이 좋다. 집이 좁고 넓음을 떠나 공간이 좀 트인 기분이랄까. 꽉 차지 않음이 좋다.


누구나 우리 집을 방문하면 짐이 없다는 말을 한다. 심지어 초반에는 너무 가구가 없어 목소리가 울리는 불편함이 있었다. 손님을 초대해 와인 한잔씩 앞에 두고 서너 명이 대화를 하면 마치 마이크에 대고 얘기하는 것처럼 잔잔한 울림이 서로의 목소리를 더욱 크게 전했다. 그때 왔었던 친구가 다음번에 방문하면서는 벽에 거는 작은 그림을 하나 선물해 주었다. 지난번에 거실의 울림이 너무 심해서 벽에 뭐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며 작은 불편을 세심히 기억하고 준비해 온 선물이었다.


온라인에서 인테리어 블로거나 다른 인플루언서들의 집을 보면 다들 알차게 잘 꾸미는 것 같은데 나는 늘 시도하지만 매번 실패했다. 신발이나 가방을 사는 것도 어렵지만 가구는 한 차원 높은 영역이었다. 우선, 한번 들여놓으면 다시 내보내기가 쉽지 않은 부피가 큰 물건이다. 게다가 가격도 만만치 않다. 그러다 보니 매번 수없이 검색을 하고 고민을 하고 장바구니에 담았다 빼고를 무한반복 중이다. 인테리어를 잘하는 친구의 조언은 작은 것부터 하나둘씩 전체 분위기를 맞춰나가라는데 그 역시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지금도 지내는데 큰 불편함은 없는데 굳이 소파가 있어야 할까? 굳이 바닥에 카펫이 있어야 할까?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리고 얼마가지 않아 또 거실엔 커다란 카펫이 좋을까? 짧은 모가 청소가 쉬울까? 예쁘고 폭신폭신한 것은 먼지가 많이 생기려나? 하는 지난달에 했던 고민을 똑같이 반복하며 똑같은 순서대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둘러보고 있다. 고민과 결정은 빠를수록 좋다며 대부분의 것에 즉흥성과 고집을 더해 뒤도 안 돌아보고 단칼에 결정하는 나다. 그런데 왜 실내 가구는 이렇게 어려울까? 단순히 가격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다기에는, 가끔은 비싼 비행기티켓도, 고가의 겨울 코트도 단번에 지르지 않았는가? 그냥 나는 집이 너무 어려운 것이다. 무엇보다 얼마큼 이 집에 살지 모르는 게 고민의 핵심 포인트이다.


마음에 드는 고가의 소파를 발견하고 바로 머릿속에 떠오른 질문은 '내가 이 집에 얼마나 살게 될까?'였다. 20년, 아니 10년만이라도 산다고 확신이 들면 이미 소파와 각종 바닥 카펫으로 꽉꽉 채워 넣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내년에 또 이사를 가야 한다면?' 하는 생각이 앞서 인테리어에 진전이 없다. 사실, 만약 이사를 간다면 이미 있는 침대와 식탁, 책장도 옮겨야 하니 여기에 카펫이나 소파 한 개가 더 더해진들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새로 가는 집의 크기와 구조에 맞춰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겠지만 그 정도 일거리 없이 이사하는 집이 어디 있을까?


이 모든 것의 우물쭈물함은 런던과 베를린에 초반 정착하며 수없이 달마다 이사를 해야 했던 내 경험이 트라우마가 된 듯하다. 내 이름으로 쓰인 계약서의 월세를 구하기가 너무도 어려워 단기간 방을 구해 매번 이사를 했던 날들이 있었다. 그때는 그것밖에 방법이 없으니 그러려니 무던히 지낸 듯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마음도 몸도 딱하고 힘들었던 시간이다. 지금은 훨씬 안정된 상황이지만 그래도 내 마음 저 깊은 곳에는 '이사를 가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 늘 자리 잡고 있다. 그 마음 간직한 채 오늘도 온라인으로 남의 집 예쁜 소파와 카펫을 눈여겨보고 있다. 언젠가는 사겠지.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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