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는 음식이 푸짐해야하는 한국인

손님을 불러놓고 음식이 모자라면 어쩌지?

by 조희진

지난 주말 친구의 40번째 생일파티에 다녀왔다. 독일에서는 40, 50과 같이 앞자리가 바뀌는 생일은 더욱 특별하다고 여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40번째, 50번째 생일은 파티를 크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내 베를린의 몇 안 되는 인맥을 구성하는 고닥의 마흔 번째 생일이었다. 토요일 오후 16시, 장소는 그녀의 작업실이었고 작업실 위층에는 그녀와 남편 요하네스, 그리고 매우 귀여운 6살 아들이 살고 있는 집이기도 했다. 초대를 받음과 동시에 조금 더 일찍 와줄 수 있냐는 부탁도 같이 받았다. 아무래도 파티를 준비하는데 남편과 둘이서는 역부족일 것 같다며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선물을 무얼 할까 고민하다 지난 파리여행 때 미술관에서 구입해 온 작은 손거울을 준비했다. 간단한 손편지도 쓰고 김치가 들어간 치즈스틱도 준비했다. 60명이 온다는데 음식이 넉넉할지 모르겠다며 걱정하길래 선물 겸 파티음식을 해간 것이다. 그녀 집에 도착했을 때에는 요리 잘하기로 소문난 요하네스가 어느 정도 음식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일찍 온 친구들은 작업실을 파티공간으로 꾸미는 일을 도왔다. 테이블과 의자를 추가로 놓고 음악도 빠질 수 없으니 커다란 스피커를 들고 와 설치했다. 가득 끓인 요하네스의 달 수프(렌틸콩 수프)가 담긴 냄비를 한편에 두고 주문한 팔라펠, 3가지 종류의 호무스를 기본으로 차렸다. 갓 구운 치즈케이크와 독일식 아몬드 케이크도 예쁘게 자리 잡았다.


베를린에 사는 한국인의 생일파티이니 한식도 빠질 수가 없었다. 넉넉하게 주문한 김밥이 피라미드처럼 쌓여 3개의 테이블 한가운데에 성처럼 서있었다. 오후 네시가 조금 넘자 손님들이 하나둘씩 오기 시작했고 몇몇은 음식을 가져오기도 했다. 내가 구운 김치 치즈 스틱과 또 다른 친구가 가져온 키쉬까지 차려내고 보내 꽤나 푸짐했다. 그제야 생일주인공인 고닥은 음식이 모자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조금은 내려놓은 것 같았다. 독일인들은 하지 않는 그 걱정이지만 한국인은 피할 수 없는 본능적인 마음이다. 왜인지 우리는 먹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한 민족인 것이다. '손님을 불러놓고 음식이 모자라면 어쩌지?'


시간이 지나자 북적북적 작업실이 가득 차기 시작했고 약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시간차를 두고 오고 가기를 반복했다. 음식이 다 떨어질만하면 누군가가 또 새로운 요리를 들고 찾아왔고 늦은 시간까지 음악과 음식은 이어졌다. 독일에 살면서 이렇게 푸짐하게 차려진 파티는 처음이었다. 점심시간에 친구에게 초대를 받아도 차 한잔 마시는 게 일반적인 곳이다. 저녁시간에 파티를 가도 맥주와 간단한 견과류, 과자 안주가 전부일 때가 흔하다. 일하면서도 '점심식사'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낮 12시, 오후 1시에도 버젓이 미팅을 잡는 이들이다. 밥이야 나중에 시간 날 때 먹으면 되는 것이고 정 안되면 아몬드나 호두, 바나나 한 개로 하루를 버티는 독일 사람들.


밥이 중요하지 않은 문화권에 살면서 나도 모르게 한국의 푸짐한 밥문화가 그리웠나 보다. 다양한 종류의 음식이 가득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자리가 너무 신났다.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이 오는 파티가 버거울 만도 했지만 끊임없이 먹으며 에너지를 채우고 다시 스몰토크로 수다를 이어나갔다. 초대받은 독일 친구들도 음식이 많고 다양한 상황에 꽤나 놀라워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끊임없이 먹는 것도 보였고. 알고 보니 코닥은 몇몇 친구들이 받고 싶은 선물을 물어보면 요리를 해와달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혹시라도 부족할까 본인을 축하해 주러 오는 이들이 배고플까 마음 졸이며 준비한 파티는 한국인의 잔치답게 배부르게 먹고 마시는 자리로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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