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담배연기도 그저 받아들여야한다

베를린의 겨울 날씨만큼 안 좋은 것을 꼽자면 나는 담배연기를 말하겠다

by 조희진

베를린의 겨울 날씨만큼 안 좋은 것을 꼽자면 나는 담배연기를 말하겠다. 특히 흡연구역이 엄격하게 정해진 서울에 살다 오면 베를린에 도착해서 맡는 첫 냄새는 담배냄새일 수도 있다. 공항이나 기차역에 내리면 여행시간 동안 참아온 흡연자들은 문을 열자마자 연기를 내뿜는다. 대부분 나를 방문했던 친구들, 지인들은 하나같이 놀랐다. 아무 데서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보면서. 과거에 비해서는 그래도 흡연자 수가 줄어들었다지만 그래도 여전히 애연가들이 많다. 한국처럼 백해무익하다는 담배에 대한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가 덜 한 것도 한몫한다. 유럽에서 담배는 개인의 자유이고 권리인 것이다.


특히나 베를린이 유난하다. 저녁 10시쯤 되면 펍에서는 실내 흡연이 가능한 곳이 보편적이다. 물론 독일 법으로는 실내흡연이 금지로 알고 있지만 어찌 된 일인지 다들 늘 그렇다는 듯이 당연하게 핀다. 독일은 평일 밤 10시부터 오전 6시 사이는 법으로 '루헤자이트(Ruhezeit,조용히 해야 하는 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일반 시민들은 이 시간 동안은 세탁기나 청소기 같은 시끄러운 집안일도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펍은 1층에 있고 2층부터는 일반 주민들이 거주하는 집이니 창밖으로 모든 소리가 들려온다. 손님들이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밖에 나가 시끄럽게 떠들면 이웃의 신고가 들어오고 당분간 영업 정지가 될 수도 있다. 이럴 바에야 펍 주인들은 손님에게 차라리 나가지말고 안에서 조용히 피우라는 태도이다.


한여름 낭만 가득한 유럽의 테라스 장면에서도 빠진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옆테이블의 담배연기. 누구도 담배를 피운다고 뭐라 하지 않는다. 오히려 뭐라 하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 되는 분위기이다. 본인이 돈 내고 음료를 시키고 자리를 받아 앉아 담배를 피우는 것이 그들의 권리라고 여긴다. 담배연기가 싫으면 싫은 사람이 자리를 떠야 한다. 가끔은 옆테이블에 아기가 있어도 피는 사람들도 있다. 적당히 센스 있는 분들은 아기가 있으면 그래도 피해가 덜 가게 피거나 멀찌감치 자리를 옮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 아닌가.


한국에서는 이렇게 아무대서나 담배 피우면 벌금내야한다고 독일친구한테 말하면 다들 신기하게 생각한다. 비흡연자 친구들도 흡연자들의 권리를 옹호한다. 본인도 담배연기는 싫지만 너무 엄격한 것 아니냐는 듯이. 한국은 흡연자의 개인의 권리보다는 공공의 건강이 우선시 되는 다른 문화인 것이다.


오늘 오랜만에 해가 났다. 며칠 전 보다 10도나 기온도 높다. 눈뜨자마자 청소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날씨이다. 온 집안의 창문을 활짝 열었다. 아직 꽃가루도 많이 없으니 차갑지만 맑은 공기가 너무 감사했다. 이 얼마만의 파란하늘인가. 그러나 감탄도 잠시이다. 아래층 이웃이 담배를 피우나 보다. 발코니 쪽의 창문을 재빠르게 닫았다. 이웃의 담배연기가 우리 집에 들어오면 꽤 오래 담배냄새가 난다. 그 대신 담배를 다 피울때까지 5분 정도 창문을 닫는다. 다시 창을 열면 어느새 쾌청한 공기가 다시 들어온다. 찾아보니 한국에서 공동주택의 담배연기 문제는 민사소송의 대상이 있다고 한다. 베를린에서는 얼토당토 없는 소리. 그저 이웃이 빨리 피고 들어가기를 기다리며 창문을 닫아주면 된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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