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이 되었을 때, 두려움과 싸워야 했던 적이 있다. 그 실체가 명확하지도 않고, 그것이 실상이 되지 않았는데 마치 그것이 실제로 벌어질 것처럼 두려웠던 적이 있다.
물론 두려움의 순기능도 있다. 때로 삶의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다른 사람과 뒤처지는 않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직장에서 최선을 다해 일한다. 혹은 건강이 무너지는 것이 두려워서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기 때문에 평소에 체력을 유지할 수 있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두려움이 가진 긍정적인 효과다.
두려움의 역기능은 생각보다 깊다. 현대인들은 다양한 상황에서 몰려오는 두려움으로 우울증과 공황장애을 앓기도 한다. 혹은 두려움으로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고 안정지향의 선택을 한다. 그리고 두려움 중에서도 명백히 보여지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은 그것을 딪고 일어서려 힘이 강하다. 반면 발생하지 않은 일들에 대한 실체없는 두려움이 우리를 더 힘들게 한다. 그래서 그 두려움 때문에 내 힘으로 악착같이 살아가려고 때로는 온갖 거짓, 투쟁, 배신, 사기들이 죄책감 없이 행해지기도 한다.
두려움의 근원을 파해쳐보면, 불신이 있다. 무엇이든 누구이든 그에 대한 믿음이 없음을 증명한다. 그래서 우린 두려움에 휩싸이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부정적 행동을 하게 된다.
두려움으로 나는 불면증에 시달렸었다. 참 신기한 것은 한번 사로잡힌 두려움에서 스스로를 구원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한 때 '사람들이 왜 자살을 할까? 그 죽을 힘으로 더 열심히 살면 될텐데'라는 교만한 생각을 뉘우쳤다. 자살을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내 힘이 아니었다. 세상은 긍정의 힘을 사용하라고 하지만, 두려움에 쌓여본 사람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내가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모든 경우의 수를 완벽히 통제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믿는 하나님을 의지하고 온전히 신뢰하는 것에서부터 두려움의 극복은 시작되었다. 사람의 힘으로 무엇을 해결할 수 없을 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믿는 신을 찾는다. 난 기독교인으로서 내가 찾아야 할 하나님에게 나의 두려움을 맡긴 것이다. 그리고 도와달라고, 붙들어 달라고 기도했다. 그 기도가 나를 살렸고, 모든 안정감이 결코 세상의 것에서 오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명예도, 부귀영화도, 아름다움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씀처럼 지나갈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러한 생각이 현실부정이나, 염세주의, 회의주의의 길을 걷는다는 것을 뜻하진 않는다. 나를 신뢰하고 확신하는 생각에서 믿음과 신뢰가 하나님에게로 변화된 것뿐이다. 이후 나는 모든 안정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두려움은 실체가 없다. 생각으로 틈타는 두려움은 대부분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두려움을 자극하는 것들로 가득차 있다. 그래서 마음을 지켜야 한다. '무릇 지킬 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라는 말씀이 있다. 그리고 이것으로 인해 '생명이 거기서 남이라'는 말씀이 두려움을 겪어본 사람은 뼈 속까지 실체임을 느껴진다. 마음과 생각을 지키지 않으면 어느 새 두려움으로 내 곁에 와 있기 때문이다.
너무 행복해서 이 행복이 사라질까봐 두렵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두려움은 이처럼 모든 것이 온전히 갖추어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두려움은 실체가 없고, 실체가 없는 그것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내 마음을 지킬 수 있도록 모든 시선을 그분에게 두기로 선택했다. 내 삶에서 온전히 나를 나답게하지 못하고, 내 인생을 후진하게 하는 두려움과 싸우는 법을 알고, 그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게 되었음에 감사한다
Dear J
난 네가 두려움을 극복하고 있음에 얼마나 기쁜지 몰라. 네가 이미 알듯이 두려움은 실체가 없지. 마치 어흥! 하는 사자 소리에 불과해. 사자의 실체가 없음에도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붙들고 있어. 그 상황에서 긍정적인 생각을 하라고 말하지만, 두려움을 겪어본 사람은 안단다. 그것이 결코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을 말이야. 그래서 병원의 도움을 받기도 해. 긍정적인 마음과 생각으로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병원에 가지 않을 텐데 말이야.
네가 불면증으로 힘들었을 때, 병원에 갈 수도 있었지만 분명한 건 그 불면증의 실체가 약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을 알고 정말 귀한 것을 붙들었으니 참 감사하단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원인을 분명히 알아야 치료가 가능한 것처럼 너의 두려움이 어디서 시작점을 찾게 되었고, 더 이상 너를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야. 지금처럼 언제나 변하지 않는 진리를 붙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