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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Jin Han Nov 01. 2020

잘하는 것 vs. 좋아하는 것

넌 무엇을 선택할 거니?

삶을 살아갈 때, 결정을 내려야 할 중요한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진로다. 어릴 때부터 명확히 그 길이 정해져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설령 어린 시절에 정해졌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바뀌는 경우도 있으니 자신이 걷고 있는 그 길이 불변의 길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나는 누구보다 진로 고민을 많이 했다. 대학교 때, 좋아하고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다. 임상심리사였다. 좋아하는 공부여서 그랬는지, 아님 재능이 있었는지 잘 모르지만, 성적도 잘 나왔다. 그런데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임상심리는 석박사 공부를 계속해야 했고, 교수님이  유학을 가는 것을 추천했다. 그러기엔 내 재정 상황이 넉넉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선을 다해 공부를 하던 어느 날 자신이 없어졌다.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치료할 내가 평생 열정적일 자신도 없었고, 내 삶의 반 이상을 그 사람들과 마주할 용기나 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4학년 때, 진로를 다른 분야로 눈을 돌렸고 마케팅에 흥미를 느꼈다. 그리고 광고 기획자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그 일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고 이론에만 흥미를 느꼈던 것 같다. 그들의 삶이 어떠한 지, 어떻게 일을 하는지 현장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저 광고 기획자와 카피라이터가 넘치는 열정으로 사람들을 인지 속에 명확히 남는 15초 광고를 만드는 그들의 삶을 막연하게 동경했을지도 모른다. 


조금 돌아 돌아가긴 했지만, 나는 광고와 콘텐츠 기획 업무의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그런데 생각만큼 그때 기쁘지 않았다. 크레이티브는 먼 나라 이야기였고, 고객사, 디자이너, 개발자와 의견 조율하기에 바빴고, 프로젝트 일정을 맞추데 더 초점을 두어야 했다.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물론 모든 직업이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아름답지 않다는 사실을 알만한 나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그런 삶이 즐거워야 하는데 즐겁지 않았다. 모든 업무가 전부 즐겁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었다. 마음 맞는 고객사와 논의하고 결과물이 잘 나왔을 때는 당연히 기뻤지만, 근본적인 즐거움은 없었다. 


나는 꽤나 많은 직업들을 경험했다. 조사회사 연구원, 뉴스 기획 업무, 마케팅/브랜딩 잡지 에디터, 광고 및 콘텐츠 기획자, 작가, 언론 홍보, 사보 제작, 비서, 영어 선생님까지. 이렇게 다양한 업무를 하는 내게 신기하다고 하는 친구의 말을 떠 올리며 직업을 나열해 보니, 나도 놀랐다. 놀라긴 했어도 대단할 것은 없다. 세상에 나의 육체의 한계를 뛰어 넘는 혹은 선천적으로 부여된 재능을 쏟아부어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뿐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감사하게도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는 성향이 있었고, 그 상황에서 나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내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인사 분야 중 교육이다. 내가 고민하고 경험한 시간 덕분에 어떠한 사람이 어떤 분야에서 일을 잘할 수 있지를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기보다, 엉뚱한 길을 가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과 어디로 가야 할지를 잘 몰라 헤매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나는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창업을 결심했다.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묻는다. 잘하는 일을 해야 하는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는지. 둘 중에 반드시 이거다라고 말할 수 있는 정답은 없다. 사람마다 환경마다 다르다. 그래서 흑백 논리로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 혹은 좋아하는 일은 해야 한다라고 한 가지 정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생은 너무 많은 경우의 수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분명한 것이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든지, 잘하는 일을 하든지 '그 일을 즐기고 있는가?'는 점검해야 한다. 어떤 일이나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지루함도 있을 수 있으며, 견뎌야 하는 시간도 있다. 분명한 건 내가 하는 일이 적어도 내가 그 일을 하면서 행복한 지, 적어도 잠시라도 즐기고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현실적 안정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 직업은 내게 한 달에 얼마를 벌 수 있기 때문에 그 돈으로 즐길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 일에 대한 나의 마음과 자세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돈을 제외한 행복과 의미가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광고 일이 너무 좋아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출근할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대표와 일을 한 적이 있다. 쉽지 않은 일이고 밤샘도 있고 영업의 스트레스도 있는 고강도 업무이지만, 그에게는 늘 활기찬 에너지가 있었다. 젋으니까 그렇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혹은 자기가 대표니까 그렇지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10년즘 지난 지금도 그에게서 느껴지는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대표의 무게는 생각보다 크고, 직원을 책임져야 하는 그 상황에서도 그는 즐길 줄 알았다. 그는 다행히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딱 맞아떨어졌고, 그 회사는 글로벌 디지털 마케팅 대행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누구나 꿈꾼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이 되기를. 그리고 그 일을 하면서 살아가길 바라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선택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선택할 용기가 있어야 하고, 주변 상황도 어느 정도는 갖춰져야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내가 잊지 않는 것은 반드시 사람은 자신기 가야 할 그 한 가지 길이 있음을 믿는다. 내가 그 길을 걸을 때, 가장 행복하고 자유하고 즐거운 그래서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그 단 하나의 길이 있다고 믿는다. 어떤 사람은 그 길을 단번에 찾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돌아 돌아 찾아가기도 하지만, 결국 그 종착점에 도달했을 때 내가 이 일을 하기 위해 그 많은 일들을 겪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감사히 받을 때, 그 무엇도 버릴 것이 없다. 



Dear J 

그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을 거야. 왜 그렇게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에게 펼쳐졌는지를 말이다. 억울한 일도 있었고, 자진한 일도 있었고, 성공도 있고, 실패도 있었지. 그 일을 겪을 때는 내가 그 일을 왜 마주해야 하는지 모르고 보낸 시간들이었을 거야. 그런데 J, 이젠 조금 알겠니? 너의 그림이 완성되어 가고 있던 과정임을 말이다. 너의 삶에 실패는 없단다. 겉으로 보이는 실패도 결국 아름다운 그림으로 완성될 것이기 때문이지. 그러니 어떤 순간이 오더라도 너는 감사하렴. 그러면 버릴 것이 없단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반드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거야.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걸어야 할 길이 있지. 저마다 갖고 있는 재능이 있으니까. 그 누구의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란다. 그 재능을 빛나게 가꾸렴. 그러면 누군가를 환하게 비추는 사람이 될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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