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으로 향하던 어느 날, 원장님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희진 선생님, 혹시 제 블로그 관리해 줄 수 있어요? 제가 도통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내용 구성도 어렵고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전문적으로 그분의 블로그를 관리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래서 나는 물었다.
"원장님 말씀을 들어보니, 적어도 일주일에 투여되는 시간이 만만치 않고, 일하는 것처럼 관리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페이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원장님의 답변은 이러했다.
"페이요? 공짜로 해주는 거 아니에요? 선생님, 내 사람이잖아."
나는 블로그 관리의 가치가 어떤 의미가 있고,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는 지를 설명했다. 그리고, 양해를 구하며 무료로 하기는 어렵다고 말씀을 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원장님이 그 분야를 잘 몰라서, 그리고 얼마나 노력을 쏟아야 하는지를 몰라서 하시는 말씀이라고 생각하면, 그분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무료의 이유가 내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내 사람이면 무료로 해도 되고, 내 사람이 아니면 페이를 지불해야 한다는 논리는 오히려 반대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 사람이 아닌 사람이든, 내 사람이든 일에 대한 가치를 지불하는 일에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공정해 보이지 않았다. 혹은 내 사람이기 때문에 더 잘해주고 싶어야 하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내 사람인 가족에게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희생하고 더 좋은 것을 나누기 원하는 것처럼, 정말 내 사람이라고 믿는다면 그 마음이 있는 곳에 재물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삶에서 내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하고는 내 사람을 가끔씩 하대하기도 한다. 내 사람이 모든 것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에게 더 친절하게 대하고, 가족에게 오히려 자신의 민낯을 드러내는 것을 종종 본다.
소중한 것을 소중한 것으로 알아보지 못할 때, 가치 있는 것을 가치 있는 것으로 대하지 못할 때 우린 그것을 잃고 나서 후회를 한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귀한 것임을 잊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내가 건강할 때 그것의 가치를 모르고, 내가 젊을 때 그 젊음을 함부로 사용했던 그 시간들이 참 어리석었음을 떠올렸다. 나름대로 부지런히 살았음에도 때론 성실하지 못했고, 시간이 귀한지 모르고 낭비하며 살았다.
부지불식간에 들려온 내 사람이라는 단어 덕분에 나는 나에게 주어진 것에 대한 가치가 얼마나 귀한 것임을 새삼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함부로 내 사람과 내 사람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사람'이라는 단어의 무게는 쉽게 말할 수 있을 만큼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Dear J
세상에 가치없이, 의미 없이 태어난 것은 아무것도 없어. 모든 것이 각자의 쓸모가 정해져 있으니까. 그런데 그 가치를 낮게 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건 비교할 수 없는 가치니까. 그리고 주어진 것에 대한 소중함을 모른다면 함부로 말을 하게 된단다. 그러한 실수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이 훗날 어떠한 보석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단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항상 감사함으로 겸손함으로 대해야 해. 때론 사람이니까 실수할 수도 있을 거야. 그때는 인정하렴. 그리고 두 번 다시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훈련하면 된단다.
그래서 내 것을 다루기 전에 남의 것을 어떻게 관리하는 지를 보면, 내 것을 어떻게 대할지 보인단다. 너에게 주어진 환경과 모든 것들을 내 것과 남의 것을 나뉘어 분리하기보다 모두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 대할 때, 너의 것도 빛나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