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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Jin Han Nov 01. 2020

변하지 않은 마음

'한결같다'는 '처음과 끝이 변하지 않고 언제나 같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는다.

 

한결같은 사람을 혹시 만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이러한 한결같음은 환경이 변해도 언제나 좋았던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는가이다. 물론 한결같음의 전제는 그 사람이 가진 좋은 모습이다. 모든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발전하는 것을 선호하고 지향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가진 성품의 장점 중에 그 모습 그대로 지녔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 아마도 우리가 자신의 위치에 따라 행동과 태도, 언행이 변하기가 쉬운 탓이다.


돈이 없던 사람이 부유해질 때, 권력이 없던 사람이 권력이 높아졌을 때, 부족했던 미모가 아름다워졌을 때, 무식했던 사람이 유식해졌을 때. 이러한 상황에 놓였을 때 나의 모습이 부족하고 모자랐던 시절에 가졌던 마음가짐과 동일하길 바란다. 물론 그때까진 열등감, 자격지심, 시기 질투심, 비교하는 마음은 버려야 할 것들이지만, 없는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과 나누기를 바라고, 높은 위치에서도 낮은 곳에 있었던 자신을 잊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


나는 '한결같음'의 요소가 경영에서 말하는 브랜딩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를 지키는 브랜드가 많지 않고, 생각보다 의도하지 않게 지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이 늘어나고, 그것을 모두 잘하기란 녹록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한결같음의 브랜딩이 사람에게는 더 중요하다. 생명이 없는 브랜드조차 사람들은 한결같은 모습을 요구한다. 그래서 우리는 맛집을 찾을 때, '이 집은 예나 지금이나 맛이 변하지 않고 맛있어'라고 하거나, 아니면 '이 집은 사람이 많아지더니 예전 같지 않네'라고 말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생명이 없는 브랜드(제품)에까지도 한결같음을 기대한다.    


그렇다면 숨을 쉬고, 지각이 있고, 이성과 감성, 도덕성에 대한 개념이 있는 사람에게는 어련할까? 그래서 때로는 생각보다 잔인할 만큼 그 사람의 한결같이 못함에 정죄와 판단을 하기 쉽다. 스스로도 과연 그 위치에 있을 때, 잘할까? 의문이지만, 우린 그만큼 다른 사람에 대한 변함없음을 바라고 있다. 


어떻게 이를 지킬 수 있을까? 과연 가능할까?라는 생각했다. '나는 변하지 않았다'라고 생각하는 오만을 버리고, 나도 변할 수 있는 연약함 사람임을 인정하는데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나를 되돌아보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주변의 도움을 받기도 해야 한다. 혹여나 쓴소리를 듣더라도 그것을 인정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있을 때, 그나마 '한결같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좋았던 그 시절'을 기억한다. 그래서 그것이 유지되기를 바란다. 어쩌면 그래서 코카콜라가 새로운 콜라(New Coke)를 출시했을 때, 소비자로부터 거부당했던 것일 수 있다. 그리고 클래식 코카콜라(Classic Coca Cola)의 귀환이 코카콜라의 명성을 유지시킬 수 있었던 것처럼, 사람도 다르지 않다. 


그 사람이 대기업의 대표일 때나 사원일 때나, 세계적인 스타였을 때나 동네 친구였을 때나 그 사람이 가진 사람에 대한 온유, 겸손, 사랑, 이해, 공감 등의 모습까지 변하기를 바라진 않을 것이다. 그들의 겉모습이 화려하게 변했을 지라도, 낮은 곳에서나 높은 곳에서나 그 사람이 가진 아름다움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지위를 막론하고 누구와도 친근하게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갈 수 있는 친구 같은 모습이 변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한때 친구였던 사람이, 이젠 지위가 높아졌으니, 돈이 많아졌으니 더 이상 나와 너는 친구가 아니야라고 말한다면, 마음이 아플 것이다. 그 위치를 존중하고, 그 상황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존중하는 태도와 마음은 누구보다 중요하지만, 그 자리에 매여서 자신의 마음까지도 변해버린다면, 그건 한결같음과 다른 것이다. 


사람들은 누군가의 위치가 높아졌을 때, 높아진 상대가 자신의 위치를 강조하지 않아도 '조금 멀어졌겠구나. 나와는 다르겠구나'라고 생각하고 거리를 둔다. 그 격차를 좁힐 수 있고 먼저 손을 내밀 수 있고, 나의 변치 않은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은 더 많이 가진 사람, 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다.


나는 잊지 않기를 소망한다. 내가 낮은 자리에서나, 높은 자리에서나 지켜야 할 마음가짐은 눈에 보이는 자리와 부유함은 내 것이 아님을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그 위치와 재물이 세상에서 잠시 빌렸다가 다시 두고 가야 할 것임을 잊지 않기를. 그래서 한결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Dear J

한결같음을 지키는 마음이 쉽지 않을 수 있단다. 그래서 정결함이 중요한 거야. 우리가 깨끗하지 않으면 어느새 교만이 틈을 타고, 우월감이 자리를 잡는단다. 내 위치와 부유함, 재능들이 어느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멀게 하지. 많이 가진 자가 더 낮아져야 하고, 높은 사람이 더 배려할 때 그 거리감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참 기쁘다.

 

사람은 참 쉽게 과거를 잊게 된단다. 자신의 못남과 낮았던 모습들을 잊더구나. 그리고 지금 가진 것들이 마치 자신의 노력만으로 성취된 것처럼 행동하고 말을 하지. 그런데 그렇지 않아. 혼자서 그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걸 기억하렴. 우리 모두가 이 땅에서 잠시 그 역할을 맡은 사람일 뿐이야. 그 역할에 신실하고 충실할 뿐, 그 외에 자랑할 것은 아무것도 없단다. 지금의 자리에서 감사하며, 너의 아름다운 인격과 성품을 놓지 않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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