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브랜딩 8

직쟁생활 : 왕 같은 제사장의 자세

by HeeJin Han

긴 휴가를 앞둔 직장 후배가 주문한 커피를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제가 지금 어디로 가야할 지 방향을 잃었어요. 저희 팀장님도 알려 주시지도 않고 혼란스러워요.”


경력 3년차 되는 사원이 말이다. 고민이 깊어 보였다. 팀장하고 업무 스타일도 맞지 않고, 하고 있는 일이 경력도 상관없는 일이고, 비전도 알 수 없다고 했다. 후배의 말과 입장에서는 듣고 보니 어려워 보였다. 그런데 일을 한 10년 이상 하다 보면, 그녀의 고민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그 당시에는 심각하지만, 멀리 서서 상황을 바라보면 세상 근심 다 쌓아둘만큼의 무거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녀의 고민 중에서 팀장과 업무 스타일이 맞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런데 팀장은 바뀌지 않는다. 대표는 팀장 편에 서야 한다. 설령 팀장이 옳지 않다고 할지라도 대표는 본인이 채용했고, 팀장이라는 이유로 그의 권위를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때 할 수 있는 직원의 자세가 있다. 바로 왕 같은 제사장이다.


이 자세는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교만한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이성의 분리와 함께 나의 할 도리를 하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떤 사람은 대표로, 어떤 사람은 전문직으로, 어떤 사람은 사원으로 일을 한다. 그런데 이것은 나의 자존감과는 관계가 없다. 나보다 상사인 것은 경험과 경력의 차이이며, 이곳에서 팀장과 사원으로 만난 것이다. 다른 곳에 가면 또 파트너로 만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관계 서열이 평생 가지 않는다.매우 냉정하게 관계를 바라보아야 한다. 오랜 세월동안 팀장의 업무 스타일은 굳어져 왔기 때문에 대부분 변하기 쉽지 않다. 그럼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을 바꾸려고 하는 그 순간부터 본인이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물론 진심을 담아 사적으로 이야기 해 볼 수있다. 그래도 안되면 어쩔 수 없다. 그 업무 스타일을 인정하고 대안을 찾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그 대안과 더불어 팀장에 대한 스트레스를 객관화해야 한다.


가만히 가정을 해보자. 만약 내가 A기업의 회장의 자녀라면, 지금의 팀장이 어떠한 불합리한 일을 시키더라도 전혀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다. 그냥 그 일을 묵묵히 해낼 수 있다. 왜냐하면 나는 A기업의 자녀이기 때문에 훗날 그녀보다 위에 있을 것이다. 이 마인드를 적용시켜 생각해 보자. ‘팀장보다 내가 낫다’라는 자만한 마음을 갖으라는 것이 아니다. 왕 같은 제사장의 마인드는 내 커리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환경과 마인드 셋팅을 하는 것이다. 배울 건 배우고, 버릴 건 버리면 된다. 그리고 그 사람을 인정하기 시작하면, 내 마음도 변한다. 나라고 완벽하지 않다. 팀장 입장에서는 내가 답답한 부하 직원일 수있다. 설령 그것이 옳지 않는 시각의 평가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어차피 각자의 입장에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왕 같은 제사장은 자존감을 낮추지 않으며, 자만하지 않는다. 언제나 겸손한 자세로 상대와 일의 호흡을 맞춘다. 어차피 나도 그 나이와 경력이 되면 그 자리에 앉아 있을 것이고, 그밑에 직원은 또 지금의 자신처럼 나에게 불만일지 모르기 때문에 언제나 스스로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후배의 또 다른 문제는 비전과 업무다. 자신의 비전과도 맞지 않는 일을 계속해야 하는 지가 의문이다. 그리고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될 지는 더욱 문제다. 비전은 물론 회사가 세워줄 수도 있다. 그러면 다행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것은 회사 비전이지 내 비전이 아니다. 회사는 회사의 방향이 있고 그 비전이 나와 일치하면 감사한 일이고, 혹 다르더라도 일시적으로 서로에게 윈-윈이 되어 함께 할 수 있는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의 비전과는 별개로 나의 비전이 있어야 한다. 누가 차려준 밥상에 앉아서 함께 가기를 기대하기엔 세상이 너무 강박하다. 더 솔직히 말하면 그래서는 안 된다. 내 비전이 명확해야 커리어의 길이 보인다. 이 길에 서는 것이 맞는지 아닌지를 분별할 수 있다. 그래서 이‘회사는 비전이 있나? 없나?’를 생각하는 것이 그렇게 고민할 일은 아니다.


업무에 대해 보자. 3년차면 자신의 업무의 범위를 생각하고 확장에 대해 선택할 시기다. 조금 늦어도 되지만, 그 시기에 해도 괜찮다. 이 업무가 내 커리어 지경을 넓힐 수 있는지를 고민해보자. 본인이 모르겠거든 다른 선배에게 물어보자. 좀더 큰 시야에서 조언을 해줄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회사에 요구를 해야 한다. 최대한 업무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회사의 상황도 고려한다는 전제 하에 그렇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이 결국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말씀에 합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국제개별협력의 커리어에 경영전략이 무슨 도움이 될까 싶지만, 글로벌회사를 금융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경영을 파악할 수 있는 눈이 있으면 일이 훨씬 수월하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처음에 힘들더라도 경영전략의 기초를 닦아 놓으면 나중이 쉽다. 다른 사람들보다 좀더 깊이 그리고 정확히 볼 수 있다. 본인은 잘 모르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지금 당장 내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이 다음을 위한 보배와 같은 경력이 되기도 한다. 그 누구도 알 수 없기에 많은 조언을 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왕 같은 제사장은 자신의 길과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다. ‘내가 잘 될 거다’라는 막연한 긍정이 아니다. 내 뒤에 나를 지원하고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는 마음이다. 이를 현실에 적용하면, 마치 No.1 글로벌 기업의 대표의 자녀라도 되듯이 앞으로 통치하며 살아갈 기업을 넓고 큰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래서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다.


커리어도 마찬가지다. 좀더 긴 호흡으로 넓게 보자. ‘자신의 지경을 우물 안에 가두지 말고 어떻게 확장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지금의 상황을 느긋하게 바라보면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눈이 열리기 시작한다. 바로 왕 같은 제사장의 자세가 훗날 자신의 기업을 통치할 통치권을 갖게 될 토양이 될 것이다.


CB-HAN HEE 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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