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야 할

by 크랜베리

그동안은 아무 생각 없이 일 다니고 돈 모으며 살았다. 아마 이쯤이면 되겠지 했던 마음이었을 것이다. 비록 알바생이지만 5년째 사회생활 중이었고 경제적으로도 어느 정도 독립했고 부모님과 동생에게 용돈도 가끔씩 드리고 나름 스스로를 대견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엄마 아빠가 내 명의의 청약 통장에 13년 동안 공들이고 있던 걸 해지한 후 엄청 크게 혼이 난 이후로 그게 내 착각이란 걸 깨달았다. 알 속의 세상이 전부였던 병아리에게 알이 깨지는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만큼이나 큰 격동이었다. 세상으로 향하는 껍질이 한 꺼풀 더 벗겨졌다.


아빠는 내게 뭐가 있느냐고 하셨다. 직장도 아닌 알바고 알바를 언제까지 하고 있을 것이며 언제 돈 벌어서 내 집 마련을 하고 카페를 차릴 거냐고 하셨다. 13년 동안 모아 온 청약통장, 그것도 엄마 아빠 돈으로 공들이고 있던 것을 아무 상의도 없이 해지시킨 것이 화가 난다고 하셨다. 그것도 이제 곧 청약을 넣을 수도 있는 타이밍이 오는데. 청약통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 이렇게 멍청하게 해지하고도 아까운 줄을 모른다며 혼을 내셨다. 그리고선 청약저축, 청약예금에 대해서 공부하고 청약 가산점은 언제 받을 수 있는지 조사 해오라 하셨다. 그리고 미래 계획에 대해서도 플랜을 짜서 얘기해보라 하셨다.


그동안 너무 안일하고 기계적으로 생활했던 것이다. 그저 한 달을 벌어서 한 달을 먹고살았다. 내 앞가림을 하니 그걸로 끝인 줄 알았다. 남들보다 더 낫다고 생각했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게는 현재만 있지 미래가 없었다. 카페를 차릴 거라고 생각만 했지 어떻게라는 계획이 없었고, 언젠가는 바리스타 학과 교수가 되고 싶다고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그게 가능할지 계획을 짜거나 커피학에 대해 공부하지 않았다. 난 미래를 그리지 못하고 현재 내 힘으로 돈을 벌어먹고사는 것에만 급급했다. 그저 입에 풀칠하는 게 다였다. 내 일상은 단순했다. 일할 땐 일하고 일 안 할 때는 그저 핸드폰 보면서 놀기. 아빠는 대체 핸드폰으로 뭘 보느냐고 하셨다. 핸드폰만 봐서 뭘 할 거냐고 하셨다.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야 했다. 좀 더 넓고 길게 보며 오늘 하루를 살아내야 했다. 그저 작은 현실에 만족하며 멈춰있지 말아야 했다. 미래에 하고 싶은 것을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를 조사하고 계획하고 실행해야 했다. 지금처럼 나 정도면 괜찮다고 자기 위로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게으르게 핸드폰만 보며 시간을 보내야 하는 시기가 아니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움직이고 배우고 공부하고 계획대로 현재를 살아야 했다.


그런 깨달음을 얻은 것이 이번 사건이었음에 난 감사했다. 훌륭한 코치인 엄마 아빠를 둔 것에 감사했다. 욕을 먹은 것은 억울하지 않았다. 실제로 난 멍청했고 미래를 그릴 줄 모른 채 만족하며 현재를 안일하게 보내고 있었다. 이럴 때 그저 그렇게 얼렁뚱땅 넘어가고 제대로 혼내지 않는 부모님이 아닌 것에 감사했다. 조금이라도 정신 차릴 수 있음에 감사했고, 어렸을 적부터 내 미래를 위해 공들여 주신 부모님께 감사했다. 난 다시 깨어나야 했다. 이젠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부지런해져야 했다. 계획하고 실행해야 했다.


이번 사건이 없었다면 난 아무런 충격을 받지 못했을 것이고 미래가 조금이라도 바뀔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청약통장을 날려버린 것은 돈 몇억을 날릴 만큼 멍청한 짓이었지만 그만큼 귀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얻게 해 준 부모님께 감사하다. 이제는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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