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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설거지를 해주겠다는 K를 보며

한 꼭지 소설

by 크랜베리

집안일 당번은 나인데 K는 굳이 설거지를 해주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아무리 내가 K에게 일정소득을 대가로 전업주부로 활동 중이어도 약간의 미안함과 고마움이 있었나 보다. 편하게 있으래도 기어코 팔을 걷어붙이는 K의 뒷모습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내일 주말이었지? 오래간만에 신경 좀 써서 맛있는 브런치를 해줘야겠다. 프랑크소시지에 스크램블 에그, 핫케잌에 스파게티도..


K와 나의 생활은 거의 이런 식이 었다. 서로 더 해주려고 열심인 관계. 그도 그럴 것이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는 걸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K가 설거지나 청소기를 돌리면 나는 맛있는 과일이라도 하나 더 먹이려 했다. 그리고 양질의 식사를 준비하려 노력했다.


사실 연애 때부터 그랬다. 나는 태생이 럭셔리와는 관계없다고 생각하던 사람이었는지라 검소한 편이었고 화려한 것보다는 소소하고 평범한 걸 좋아했다. 그래서 부잣집 아들내미인 K와 만나면서도 미리 못 박아둔 게 무리할 필요 없고 평범한 데이트를 하자는 말이었다. 실제로 나는 물욕이 거의 없고 사치를 싫어하는 스타일이다.


그럼에도 K는 내게 많은 걸 해주고 싶어 했다. 그렇지만 나는 그 마음만을 고맙게 받기로 하고 그와는 평범하고 예쁜 추억들을 많이 만들었다. 돈을 적당히만 투자해도 양질의 데이트를 할 수 있었다. 굳이 많은 돈이 필요하진 않았다는 말이다. 물론 기념일엔 평소보다 고가의 데이트를 하긴 했지만 그건 1년에 한두 번 있는 특별한 날이니 나도 그를 위해 특별히 더 투자했다.


K와 나는 연애 때나 결혼 후나 서로가 노력하는 부분을 당연시 여기지 않는다. "이건 이러니 당신이 이렇게 하는 게 당연하지" 이런 생각이 아니라 "고마워"라는 단어로 서로 가득 채웠다. 그리고 상대방이 해주는 것에 대한 감사보다는 서로의 존재자체에 대한 감사로 이어졌다. 어쩌면 행복이란 건 이런 걸 지도 모르겠다며 내 옆에 누워 잠들어있는 K를 보며 생각했다. K가 무슨 꿈을 꾸는지 미소 짓는다. 그의 머리칼을 쓸어 넘기고 슬며시 입술에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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