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시절에 민주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 아이는 담임 선생님을 좋아했다.
대놓고 선생님을 좋아한다고 우리에게 얘기했고
선생님께도 마음을 표현했다. 불도저 같은 면이
있었다.
주간 학습플래너 검사 후 선생님의 코멘트가 적힌
피드백을 받는 게 있었는데 다른 친구 것을 굳이 보고 코멘트가 더 길면 질투를 해댔다. 아무튼 날 것 그대로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아이였다.
그에 반해 나는 소심하고 너무 신중해서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숨기기에 급급한 편이었다. 좋아하는 아이가 있어도 직접 다가갈 생각도 못했었다. 그런데 자기감정을 너무도 솔직하게
표현하는 그 아이를 보고서 참 예쁘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런 용기가 부러웠다.
그래서 대학에 입학한 이후 민주처럼 솔직한 아이가 되고 싶어서 호감이 있으면 표현도 해보고
먼저 다가가 보기도 하고 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러고 나서는 이불킥을 굉장히 많이 했다. 한 번도 당사자에게 마음을 표현한 적 없다가
용기 내 직접 얘기하고 나서는 너무나도 부끄러워
숨어버렸다. 그래서 저지른 것에 대한 후회도 굉장히 많이 했었다. 솔직하기가 이렇게 힘든 거구나라는 생각을 그때 해본 것 같다.
그런데 몇 번 더 그런 일이 있은 후에는 감정을 대놓고 표현하는 일이 더 이상 어렵지 않아 졌다. 화나면 화내고 좋아하면 표현하고 그렇게 살다 보니 겉과 속이 같아졌다. 나는 나라서 내 성격이 민주처럼 매력적으로 보일까? 싶긴 한데 옛날의 천방지축 민주를 보고 느꼈던 감정은 잊을 수가 없다.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였음에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