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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가 고여있다면 한 번씩 흔들어주자

사랑과 권태기

by 크랜베리

사랑을 하다 보면 필시 권태라는 감정이 느껴질 때가 있다. 매일 평화롭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그것에 적응해 곧잘 지겨워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이건 사랑뿐만이 아니라 많은 것들이 그렇다.


사람은 매일같이 밥을 먹지만 오늘 먹은 것을 내일도 먹기는 싫어한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똑같은 맛이고 알고 있는 맛인데도 그 맛이 생각나거나 당기는 날이 존재한다. 내가 좋아하는 쌀국수를 매 끼니 먹고 싶진 않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항상 그 음식을 찾는다. 나의 최애 메뉴이니 나는 한 달 주기로 주기적으로 단골집에 가 혼밥을 하곤 한다.


관계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애정이 충만한 상태는 시간이 지나면서 힘이 달려 줄어들고 만다. 이 상태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관계는 고이게 되고 권태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때 한 번씩 관계를 흔들어주면 물층과 과육층으로 분리되었던 토마토 주스가 다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주스로 완성된다.


다툼이나 이별과 같은 키워드로 정신적인 힘이 꽤 들어가는 이벤트가 생기고 나면 지루했던 권태상태가 신선한 자극을 받는 것이다. 이때 연인이 서로가 서로에게 최고의 선택이었다면 이별할 일은 많이 없다. 최애메뉴가 싫어질 일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최애메뉴는 항상 최애메뉴다.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다시 찾게 되어있다.


그런데 그 최애 메뉴를 한 달 동안 먹어야 한다고 하면 과연 버틸 수 있는 자가 얼마나 될까? 삼일즈음이면 이제 물린다. 일주일이면 당분간은 쌀국수 냄새만 맡아도 싫어질 수 있다. 이 상태에서 한 달까지 버티는 기행을 일삼지는 말자. 이쯤에서 물러서서 내 입에 다른 맛있는 것도 물려주자. 관계는 고이면 안 된다. 항상 흐르도록 관리해줘야 한다.


사랑과 관련된 여러 감정들이 있지 않나. 미움, 증오, 화, 배신감, 비참함, 애정, 따뜻함, 뜨거움, 사랑 등. 가끔은 처량하게 내 처지를 비관하고, 사랑이 이게 맞는 건가 혼란스러운 고민을 하다가, 그동안 터뜨리지 않았던 눈물을 흘리자. 내 사랑이

여러 가지 색채를 띌 수 있게 골라가며 먹어보자. 사랑하나로 권태를 버티지 말고 쓰겁고 씁쓸한 부정적인 감정도 틈틈이 먹어서 소화시키자. 쓴 건 약이랬다. 가끔씩 먹어줘야 사랑도 계속 유지할 힘이 생긴다.


사랑을 하나의 색채로 보지 말고 긍정적인 감정부터 부정적인 감정까지 전부 느낄 수 있는 무지개로 보자. 하나의 색채는 무엇도 그릴 수 없지만 무지갯빛 오색 색채는 멋진 그림을 완성한다. 그 영롱하고 신비로운 감정들을 다채롭게 느껴가며 사랑하자. 사랑을 매일 다른 색깔로, 아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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