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아시나요,모르시나요"

"두환아, 니 엄마보다 더 예쁜 여자는 없다.”

by 김희진

장례식장 영정사진 앞에서도 그는 그렇게 말했다.

국화 향이 가득한 빈소에서, 조문객들 사이에 서서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마치 주문처럼, 아니면 약속처럼.

그 말은 처음 듣는 말이 아니었다.

아홉 살짜리 아들을 두고 아내가 행방을 감추었을 때도,

이십 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을 때도 그는 늘 같은 말을 했다.

“두환아, 니 외할머니도 외갓집도 춘천이다.”

아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 잊지 않게 하려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듯 흘러나오던 또 한 마디.

“니 엄마보다 더 예쁜 여자는 없다.”

사람들은 술기운에 하는 소리라 여겼다.

실제로 그는 술을 자주 마셨다.

수유리를 벗어나지 못한 채, 아니 벗어나지 않은 채 그 동네에서 평생을 살았다.

골목 어귀 포장마차 불빛 아래서

그가 자주 부르던 노래가 있었다.

“사랑을 아시나요, 모르시나요…”

그 노래는 늘 반쯤 흐느낌 같았다.

아내를 원망하는지,

자신을 탓하는지,

세상을 향한 물음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나는 알게 되었다.

그의 말은 체념이 아니라 선택이었다는 것을.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향해

미움 대신 아름다움을 남겨 두는 선택.

아들에게 상처 대신 뿌리를 남겨 주려는 선택.

“예쁘다”는 말은 얼굴을 두고 한 말이 아니었다.

떠난 사람을 지켜 주는 마지막 울타리였다.

아들에게 어머니를 흉으로 남기지 않으려는

한 남자의 서툰 사랑 방식이었다.

영정사진 속 그녀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웃음 앞에서 그는 또 한 번 같은 말을 했다.

“두환아, 니 엄마보다 더 예쁜 여자는 없다.”

그제야 나는 알았다.

사랑은 함께 사는 일이 아니라

끝내 나쁘게 말하지 않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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