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따우, 파도와 사람이 머무는 자리

by 김희진

붕따우의 바다는
다낭과는 또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파도는 더 거칠었고
해변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깃대가 세워져 있었다.
보이지 않는 경계선.
그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을
안전원이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물이 빠지는 시간,
바다는 또 다른 길을 내주었다.
남편과 나는
드러난 모래 위를 따라
멀리까지 걸었다.
발밑의 모래는 부드러웠고
물속은 따뜻했지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늘 차가웠다.
따뜻함과 차가움이
한 자리에서 만나는 곳.
그곳에서 나는
이 바다가 사람의 마음을 닮았다고 느꼈다.
임페리얼호텔 수영장은
또 다른 풍경을 품고 있었다.
구조는 아름다웠고
물빛은 에메랄드처럼 맑았다.
잠시 몸을 담그면
그 안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이내 차가운 물에 몸을 맡기기엔
조금 망설여졌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바다로 향했다.
바닷물이 밀려오는 시간,
모래사장은 다시 살아났다.
아이들의 웃음이
파도와 함께 밀려왔고
우리는 그 물결 속에서
더 오래 머물렀다.
우리 민하는
모래성 쌓기를 유난히 좋아했다.
작은 손으로 모래를 모아
조심스럽게 쌓아 올리면
아빠가 모양을 잡아주고
언니가 물을 가져와 적셔주고
나는 옆에서 살며시 손을 보탰다.
그 모습을 보고
옆자리의 아기와 그의 아빠도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모래는 모두의 언어였다.
작은 손과 큰 손이 어우러져
하나의 성을 완성해 갈 때마다
웃음은 더 크게 번져갔다.
햇빛이 길게 드리운 모래사장 위에서
나는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내 몸짓이
그림자가 되어
나와 함께 따라오고 있었다.
파도가 밀려오고
바람이 스치면
그 그림자는 흔들리며
마치 나와 함께
춤을 추는 것 같았다.
혼자가 아닌 듯한 순간.
바다와 나,
그리고 또 하나의 나.
그날의 붕따우는
파도뿐 아니라
빛과 그림자까지도
함께 어울려 놀고 있었다.
모래성은 결국 무너지고
파도는 다시 밀려왔지만
그날 우리가 함께 쌓았던 시간은
지워지지 않았다.
붕따우의 바다는
거칠었지만 따뜻했고
차가웠지만 깊었다.
그래서 나는 안다.
그곳에서 우리가 만난 것은
바다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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