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친구들과 함께 호주로 떠났다.
브리스베인의 바다는
그때 처음 만난 색이었다.
에메랄드빛이라는 말이
그렇게 정확하게 어울리는 순간이 있을까 싶을 만큼
눈앞의 바다는 맑고 깊었다.
파도는 멀리서부터 밀려와
발끝에 닿았다가
다시 돌아갔다.
그날의 나는
그 바다 앞에 서서
말없이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풍경은 시가 되었다.
이듬해,
나는 그 시를 첫 시집에 실었다.
그리고 몇 해가 지나
두 번째 시집을 엮으며
그 시를 다시 꺼내어 넣었다.
좋았기 때문이다.
그날의 바다와
그날의 우리가
내 마음 안에 여전히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그 시가 실린 페이지를 다시 펼쳤다.
에메랄드빛
파도가 밀려온다
잔물결 한 움큼 받아
포말에 입맞추면
물거품이 남긴
사랑의 농도
문장을 따라 읽다가
나는 문득 멈추었다.
이것은
책 속의 바다가 아니라
내가 그날 서 있었던 바다였다.
친구들과 함께
모래 위를 걷고
파도를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도 웃을 수 있었던 시간
그 모든 것이
그대로 돌아와
내 앞에 서 있었다.
젊은 날의 우리는
말이 많았고
웃음이 컸다.
지금의 우리는
말보다 눈빛으로
서로를 이해한다.
그래서 더 깊어졌고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나는 책을 덮고
그날의 바다를 다시 떠올린다.
바다가 하늘인 듯
하늘이 바다인 듯
우리는 그 사이에 서 있었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한 시절을 지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