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꽃과 목련이 머물러 준 날 2026년 봄
의정부로 향하는 길이었다. 올케 언니네 이사를 도우러 가는 길이었지만 발걸음은 자꾸만 느려졌다.
오랬동안 살아온 어룡교를 떠난다는
생각에 마음 한 켠이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기때문이다
어룡교에 들어서자 길 양쪽으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막 피어난 꽃들은 이미 바람을 만나 조금씩 흩어지고 있었고, 길 위에는 하얀 꽃잎이 내려앉아 마치 봄이 지나간 자리처럼 깔려 있었다.
남편과 함께 그 길 위에 잠시 멈춰 섰다. 말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순간이었다. 벚꽃 아래 서 있는 두 사람, 그 사이에는 지나온 시간들이 조용히 함께 서 있었다.
나는 한 걸음 더 다가가 나무 아래 혼자 서 보았다. 꽃은 더 가까이 내려오고 바람은 더 부드럽게 스쳐갔다. 봄은 이렇게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좋고 혼자여도 충분한 계절이었다.
조금 더 걸어가니 아파트 단지 담장 곁에 백목련 한 그루가 서 있었다. 하얀 꽃을 가득 안은 채 조용히 기대 서 있는 모습이었다.
벚꽃이 바람에 흩어지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면, 백목련은 그 자리에 머물러 봄을 붙잡고 있는 듯했다. 나는 그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흐르는 봄과 머무는 봄이 한 길 위에서 만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사를 도우러 가는 길이었지만 그날의 길은 일보다 먼저 꽃들이 우리를 불러 세운 조용하고 따뜻한 길이었다.
우연히 만난 벗꽃과 백목련 앞에서 사진을
남기고, 오늘 이렇게 글로 담아 두었으니
떠나는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그리고 그 봄은 지나간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조용히 내려앉아 오래 머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