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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양연화 Aug 15. 2022

내 삶의 반, 고양이들.

생의 처음부터 끝까지 내 시간의 일부를 내어주는 일이니까.


아침 출근은 전쟁 그 자체,

이 와중에 신랑이 아침을 챙겨주고,, 분주하게 고양이들을 챙긴다 :-)


물을 채워주고- 밥을 채워주고,

화장실을 치워주고, 아가들의 야옹거림을 들어주고-

만져달라고 뛰어오르는 심바와 치대는 연이를 돌봐주고,

간식까지 챙겨주고 나오는 아침.


고양이와 살려면 일단 부지런해야 한다.

식탁에 무언가를 얹어두면,

호기심 많은 고양이들이 툭툭 건드려본다 :-)



식탁에 떨어뜨리지 말 것!

털이 잔뜩 묻은 음식을 먹게 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출근하기 전에- 출석체크로 꼭 찍어둔다.

특히 도비,,


세탁실을 열면 후다다닥 달려 나가서, 가끔 가둬두고 출근할 때도 있으니,, 주의!

ㅋㅋㅋㅋㅋ귀여워 도비, 진짜 예쁘고- 예쁘고 예쁘고 귀엽다.

저길 가장 좋아하는 우리 집 첫째, 심바.


고양이는 신피질이 없어 과거와 미래의 개념이 없단다.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이 그랬는데. ‘너희는 내일을 보고 살아가지? 나는 오늘을 보고 살아간다. 그게 얼마나 끔찍한지 보여주겠다’고.

다 잃고 지킬 게 꼬마 하나였던 아저씨와 달리 늘 풍성한 먹거리와 놀거리가 제공되는 심바는 끔찍할 게 없다.

가끔 아빠가 간식 준다고 불러놓고, 귀에 약을 넣고 항문낭을 꾹 짜고 휙 돌아서는 것만 빼면, 늘 절망 하나 없는 무구한 얼굴을 하고 있다.

과거를 잘 잊기도 하는 걸까. 어제도 당해놓고 다음날 아침에도 간식 준다는 얘기에 달려 나왔다가 잡혀서 약을 넣고 터덜터덜 돌아서는 털 찐 너구리 같은 뒷모습을 본다. 망각이 능력이면 심바는 먼치킨 소설의 주인공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심바가 망각을 무장한 채 거침없이 나아가는 주인공 같다고 생각한다.

바쁘디 바쁜 현대사회에서 그만한 무기가 어디 있나. 그렇게 심바가 아픈 것도 홀라당 잊어버렸으면 좋겠다.


저저번 주에 발톱이 길어서 (자르기 전까진) 꾹꾹이 금지령을 당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침마다 달려와서 아빠의 배에 꾹꾹이를 해댄다 -

그렇게 신랑은 비몽사몽 한 채로 꾹꾹이를 당하며 윽윽 작은 신음을 내뱉으며 아침에 눈을 뜬다. 퉁퉁 불은 얼굴을 하고서, 아빠 머리가 엉망이든 눈곱이 끼어있든 심바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우렁차게 골골대기까지 한다. 본인 혼자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나 홀로 지나치게 무겁게 사는 것은 아닌가, 세상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

너무 많은 일을 지고, 괜한 생각만 얹고 있는 나머지 현재의 아름다움을 등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심난함과 어지러움이 뒤섞여 어떤 것도 해내지 못하는 날도 있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고양이들의 당찬 꾹꾹이와 골골 송을 떠올려본다.

고양이들의 눈엔 과거의 납작했던 내 모습도, 우는 소리로 가득한 밤도, 비루한 지난날도 없다.

다시금 알게 된다. 단순히 누군가와 스쳤다는 이유만으로 삶이 기적 같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는 것을, 누구보다 생생히 살아있는 오늘의 나를,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의 기쁨을, 잘 잊고 나아가는 생명의 씩씩함을.


작은 방, 작은 침대를 제일 좋아하는 푸틴이.

녹색 눈의 귀엽고 작은 나의 고양이, 우리 집 막내아들.


아빠가 부르면 우엥우엥 하고 울면서 침대로 호다닥 달려간다.

아직 꾹꾹이도 배우지 못하는 진짜 애기.


그래서인지-발로 툭툭 치는 투박한 매력이 있다.


처음엔 털이 진짜 많이 빠지고- 거칠거칠했는데,

영양제도 가득 챙겨주고,  먹였더니 털이 윤기가 돌고, 부드러워 지는중!


고양이가 부드럽고, 이불이 귀여워요,,



영- 적응 못해 보이는 혼자노는 철용이,,

그래도 예전보다는 기죽어 보이지 않고, 기댈 언덕이라도 으니까!~.~(연이)


철용이는 길에서 어미가 버리고 간 아이를 데려와서

사실 고민을 할 시간도 없었고-


도비도 푸틴이 도 급한 상황이었어서 하루정도,, 고민하고 데려왔음.(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았음)


왜 다들 고양이를 버리는 걸까,,,,

왜 샵에서 나가지 않으면 안락사를 시켜버리는 걸까,,,

연이나 심바는 그렇다 하더라도,

(같은 샵에 위 아랫칸에 있었으니까,,)


철용이를 처음에 데려오고

내 욕심이 아닐까란 생각을 많이 했다,

연이가 너무 싫어했고,,(하악질 난리 났음,,)

철용이가 적응하기 어려워해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새 가족을 들이는 일은

이제는 없이 갈 수 없는 세계 하나를 만드는 일이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일.


아이가 없는 전의 삶은 이제 절대 돌아오지 않음.


예쁜 철용이!

햇살을 즐길 줄 아는 낭만적인 나의 고양이!


철용이는 실제로 움직이는 걸 봐야, 진짜 예쁨이 보임.

그렇게 짤뚱하고 예쁠 수가 없고-

예쁘면 다 용서된다는 말을 알게 해주는 철용이 :-)


아침에 눈떴는데, 보이던 풍경-

밖에 까치가 자꾸 운다고, 심바가 짖고, 연이가 쳐다본다.

까치는 새들 중에 제일 깡패라고 들었는데, 까치가 뭐라 해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심바가 아니지!


며칠 전, 우영우 드라마 다시 보기로 보다가 (항상 시간이 없어서, 23시 이후로 넷플릭스에 올라오는 다시 보기를 본다,,)

신랑이 머리 위에 있는 심바에게 손을 뻗었는데, 심바가 한 손으로 잡더니 마저 다른 손을 뻗어 잡았다.

코 끝 찡,,,,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었는데-

이미 눈치챈 건지 더는 손을 뻗지 않음,,

애타는 신랑의 손길과,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심바.

그래도 진짜 예쁜 나의 고양이.



고양이를 키워요- 하면,

몇 마리나-?


다섯 마리요, 하면 놀라기도 하고 어떻냐고 물어보는데,

그럼 나는 꼭 대답한다.


이제는 없이   없는 세계 하나를 만드는 일이라, 이들이 없던 삶의 나는 어땠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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