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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여행] 청주에서 혼자 놀기_3

혼자 놀기 위한 작은 용기

by 신비

# 카카오자전거가 만든 바람


8월의 청주는 너무 더워서 돌아다닐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때 발견한 신문물이 플랫폼 기업이 운영하는 전기자전거였다. 힘들이지 않고 시내를 돌아다니기에 유용했다.


무림천은 청주시내를 관통하는 하천이다. 자전거 도로가 무림천을 따라 조성되어 있다. 해가 질 무렵 자전거를 대여해 무림천을 달렸다. 40분 정도면 끝에서 끝까지 갈 수 있다.

무더운 8월의 늦은 오후, 전기자전거는 스스로 바람을 만들어내며 달린다. 하늘의 푸른빛, 흰 구름, 이름 모를 풀들이 만들어내는 초록빛, 낡은 자전거 도로의 자주색 빛이 어우러진 풍경은 머릿속에 청춘드라마 한 편을 만들어냈다.


# 운남로와 중앙시장에서 소소한 일상을


청주의 상권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중앙시장 부근과 운남로를 주로 찾았다. 중앙시장은 청주의 구도심 상권으로, 곳곳에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식당과 커피숍, 술집이 자리하고 있었다.

운남로는 청주의 연남동쯤 된다. 직접 만든 소품을 파는 작은 공방들, 브런치와 샌드위치, 베이커리와 커피를 파는 음식점들이 많았다. 아기자기한 골목길 분위기 때문인지 이곳에 드라마 '일타강사 스캔들'의 주요 촬영지도 있다.


# 송시열이 사랑한 계곡으로


청주에서 일정이 마무리되어 갈 무렵, 더운 여름을 피할 계곡을 찾고 싶었다. 속리산 인근의 화양구곡이 청주에서 1시간 거리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화양구곡은 조선후기 성리학자 우암 송시열이 유람하며 이름 붙인 아홉 개의 절경이다. 절벽이나 바위에 이름을 붙여두어 1곡부터 9곡까지 찾아가며 걷는 재미가 있었다. 화양 4곡 금사담 위에는 송시열이 공부하던 암서재가 자리하고 있다. '이런 곳에서 공부가 될까?' 싶은 절경이었다.

한 시간 반 정도의 완만한 산책코스였다. 8월의 더운 날씨임에도 울창한 숲 때문인지 덥지도 않았다. 기분 좋을 만큼의 땀을 흘리고 초입으로 돌아와 산채비빔밥 한 그릇을 먹었다. 지인들과 함께 왔더라면 분명 백숙을 먹었을 것이다. 혼자 여행의 아쉬움은 백숙같이 나누어 먹는 음식에서 더 크게 느껴진다.




## 작은 용기를 얻다


뭘 할까 계획하고, 즐기다 보니 일주일이 지나가버렸다. 허름한 숙소도, 청주라는 낯선 곳이 익숙해졌다. 스스로 아픈 사람이라는 생각도 잊어버렸다. 느릿느릿, 과하지 않게 움직였으니 건강에 부담도 되지 않았다.


비엔날레 기간에 한 번 더 와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 다음번 여행도 계획할 용기가 생겼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혼자만의 여행이다.


여행은 때로 치유가 되고, 때로는 작은 용기가 된다. 청주에서의 며칠이 바로 그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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