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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슬 Oct 31. 2023

선생님의 정체성

학생과 나 사이에 큰 시간차가 있다. 30년 차이를 좁혀 몰입하는 영어수업이 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2000년대 생들을 먼저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본다. 2010년부터 태어난 아이들의 특성을 다섯 가지 집약해 보았다.   

   

하나. 설명시간이 3분 이상이 되면 그들이 목이 마르다며 물을 찾는다.


둘. 영단어 암기가 어려우니, 꿀팁을 달라고 조른다.


셋. 스마트폰을 꺼놓아야 하는 수업시간이 너무 불안하다.  


넷. 연필로 글씨를 쓰는 일은 삽으로 땅을 파는 것처럼 힘들다.


다섯.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영어가 싫어진다.      


나름의 해결책을 찾고, 조금씩 수업에 적용해 보면서 확신을 찾기로 하였다.


하나. 설명을 시작하기 전 ‘제목’을 밝힌다. 3분짜리 설명임을 명시한다.


둘. 악뮤의 ‘외국인의 고백’을 들려주며, 15개의 형용사를 2분 안에 외우는 기적을 체험시킨다.


셋. 불안함을 느낄 틈 없이 질문 융단폭격을 쏟아부어주며, 이것은 선생님의 관심임을 세뇌시킨다.


넷. 연필 쥐는 힘이 ‘영 앤 리치’가 되는 첫걸음이라고 우긴다.


다섯. 영어를 싫어하면 손해보는 100가지 사실 중에서 1가지만 알려주고, 99가지는 천천히 알려준다.      


선생님이란 호칭은 해졌다. 내 직업을 모르는 영업사원도 구청 직원도 날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언젠가는 선생님 신조어 ‘너님’과 비슷해 질것같아 겁난다.

학생들은 이미 영어쌤을 영어를 재밌게 가르쳐주는 ‘도우미’ 정도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수업이 지루해지면 직무유기 아니냐는 식으로 뾰로통해지는 나의 무대뽀 학생들에게 난 어떤 작전을 펼쳐야할지 늘 고민이다.

일단은, 그들에게 ‘어른 친구’가 되어주고, 그들의 마음부터 열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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