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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슬 Nov 28. 2023

집중하라는 말

집중하라는 말은 애처롭다. 이미 나를 떠난 아이들을 억지로 끌고 와야 할 때 필요한 말이라서 힘겹다.


한자어 집중은 모으다 집(集), 가운데 중(中)인데, 집(集)은 나무목(木)에 새추(隹)가 결합한 글자이다.

나무 위에 새가 앉아있는 모습을 닮은 글자여서인지, ‘가지런하다, 편안히 하다’의 의미도 가진다.

이렇게 편안한 글자인 집중은 입으로 소리를 꺼내는 순간 인중이 구겨지며 인상까지 쓰게된다. 아이들의 떠들썩한 소리로 가득찼던 교실 단번에 얼어붙는다.

아이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고 집중시킬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아인슈타인의 엠씨 스퀘어가 집중력 학습기였던 때가 있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김성균 배우가 매트릭스 주인공같은 안경을 쓴채 책상위에서 잠이든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향상 집중력을 돈 50만 원으로 살 생각을 했지만,

결과는 저 배우처럼 기계음을 듣고 10분도 지나기전에 스르륵 정신을 잃었다 팔이 저려 눈을 떴던 경험만 했었다.

그래도 그 때 지불한 50만원은 에게 대단한 좌절을 남겨주었다. 집중력은 노력의 영역이 아니라 터득해야할 기술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여기 두 학생이 있다. 같은 소리가 나는 단어 ‘meet’와 ‘meat’를 외우며 공부하는 중이다.

한 명은 노트에 빼곡히 두 단어를 번갈아 쓰면서 철자를 외운다.

다른 한 명은 영단어를 유심히 들여다보다가 meat 안에 숨은 철자 ‘eat’을 발견하고 ‘고기(meat)는 먹는 것(eat)’이라는 의미를 찾는다.

이 두 아이 중에서 누가 더 집중하여 공부한다고 할 수 있을까.


한국 아이들은 타인의 말을 듣거나 글을 읽고 요약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해외 아이들은 타인의 의견에 동의하면 나의 의견을 입힐 줄 알고, 의견이 다르면 타당한 근거를 들어 비판하는 능력을 기르며 성장한다.

인풋만 계속되는 상황은 곧 지루해지고, 일정한 소리 자극은 엠씨 스퀘어 기기의 뚜뚜뚜와 같을 것이다.


내가 '집중'을 외치는 순간 얼음판이 되는 교실은 싫다.

아이들이 '몰입'을 할 수 있도록 내가 수영장이 되어주고 마음껏 빠져 놀 수 있으면 좋겠다.

몰입은 물속 깊이 가라앉은 의미로, 물속에 침잠하여 모든 소음이 차단된 고요한 상태이다.

발음 자체도 집중이란 말보다 부드럽고 따뜻함이 흐른다.



2000년 생들아, 몰입하기 위한 작전을 짜자.

노력은 미련하게, 전략은 교활하게 세우자.

그래야 영어라는 물속에 잠수(몰입)하게 될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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