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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슬 Dec 05. 2023

졸리고 배고픈 너에게

급식실에 들어서듯 아이들은 학원으로 들어오며 "배고파요~"라며 인사를 대신 한다.

지쳐있는 아이들은 수업 전까지 책상에 엎드려 눈을 붙인다.

이 상태로 머릿속에 입력이 가능할까 싶다가도, 진짜 피로함과 가짜 피로함을 구분시켜 줄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단맛이 나는 간식 상차림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먹고 싶은 간식을 한 가지씩 고르도록 하면 대부분은 가공식품의 단맛을 고를 것이다.

면 몸에는 좋지만 인기는 없는 과일들만 남게 된다. 우리들의 인생처럼.


이 세련된 실험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에서 배웠다. 이 책에서 하루키는 인생 '비스킷 깡통'에 비유하였는데, 좋아하는 비스킷을 먼저 먹어버리면 나중에 깡통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들만 잔뜩 남는다고 말하고 있다.


졸리고 배고파서 책상 위에 녹아내린 탕후루처럼 줄지어 앉은 아이들을 꼿꼿하게 일으키는데 필요한 것은 잔소리 보다는 간식만힘을 내준다.

단맛이 잠을 깨울 수 있을까

선진국 선생님들이 수업 중 자주 하는 말은 "Can you show me?"이라는데,

나는 수업 중 많이 하는 말은, "A는 B를 의미하니까 꼭 기억!"이다.

입시열차에 타고 있는 아이들과 나는 모두가 달리는 환경에서 걸을 수 있는 용기는 없다.

나의 설명을 줄이고,  아이들이 주연이 될 수 있도록 무대를 내주어야 한다.

무대 체질이 아닌 아이에게는 공감하는 관객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따뜻한 연출이 필요하다.


10대에는 정답이 정해진 문제를 정확하게 푸는 것이 능력이다. 어른이 되고 나면 해답 없는 문제를 독창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청소년으로 살아가는 10년 남짓한 시간동안 피곤하고 수시로 배고픈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어른의 깊은 허기짐은 보통의 밥으로는 해소되지 않아 자주 당황스럽고 지친다.


그래서일까. 나이가 들어감에따라 졸리고 배고프다는 느낌이 점점 희미해진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 기억 속에 남는 4가지

1위 선생님 옷차림

2위 수업 중 농담

3위 자신의 발화 내용

4위 친구의 발화 내용


1위와 2위는 포기하고, 3위와 4위를 위주로 수업 구성을 다시 짜보았다.

잘파 세대들에게 주도권을 넘기고, 나는 수업 목표에 벗어나지 않는지 점검하기 시작했다.

제자의 캘리그라피

그래도 늘 졸리고 배고픈 제자에게 마지막 잔소리를 얹어본다.

조동사 will의 명사 뜻이 왜 '의지'일까. 지금 너의 의지가 미래를 결정하기 때문이야.

꼭 영어공부가 아니어도 좋으니, 의지를 갖고 한가지를 깊이 파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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