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배속으로 가르쳐 볼까

by 여슬

젠가부터 한국 드라마를 보는데 한글 자막을 설정하는 일이 잦아졌다.

업상 내가 주로 설명을 하는 입장이니 나의 듣기 능력은 퇴화해 버린 것일까.


알파세대 아이들은 자막이 있는 영상에 익숙하다. 소리에만 집중하기 어렵다는 그들은 영상편집자가 입힌 자막을 동시에 읽어야 이해가 간다고 한다.

아이들은 10분이 넘지 않는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보고 듣기, 읽기(자막), 그리고 쓰기(댓글)를 동시에 하면서도 1.5배속으로 속도설정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렇게 오감을 동시에 활용하는 알파세대에게 조용한 수업은 따분할 수밖에 없다. 쇼츠 영상보다 영어수업은 다섯 배 길고, 1.5배속 설정은 불가능하며, 자막까지 없어 눈이 아닌 귀를 더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말의 속도 더 빠르게 올려본들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는 쉽지 않다.

90년대 영어수업은 문법 번역식 수업이어서 필기하느라 집중할 수 있었다. 알파세대들은 연필이 전봇대보다 무거운지 필기를 피한다.

요즘의 영어 수업은 내용중심 수업이므로 필기보다는 학생들 참여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난 아이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개성을 고려하여 개개인에 적합한 공부 방법을 제안하는 것까지만 할 수 있다는 결론에 얻었다.

의사가 환자에게 '질병의 이름과 처방'을 내려줄 뿐 의학적 설명은 생략하는 것 보면 이게 맞다.


일상에서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있던 아이들 속도를 줄여보자. 갯벌로 데려가야겠다. 한 발자국도 떼기 힘겨운 뻘에서 아이들 스스로 느리게 걸으면서 영어를 온몸으로 맛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갯벌까지만 끌고 가자.


<참여형 독해수업 >


도입:

근황 토크 & 학습목표 제시


내용:

1. 글의 주제

2. 문장의 살과 뼈 발라내기

3. 주요 단어 thesaurus.com 검색

4. 단락별 주요 문장 찾기

5. 문제 정답의 근거

6. 글의 전체 구조


결론:

-수업에서 새롭게 알게 된 것

-느낀 점이나 떠오른 생각 나누기

-자유롭게 적용하거나 변주해 보기


1.5배속은 답이 아니었다.

더 느리고 더 깊이 있게 갯벌에서 놀 수 있게 가슴장화 한 벌과 호미를 준비해 놓고 아이들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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