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산책

서로 흘겨보지 않기 위하여

by 여슬

크리스 샌더스 감독의 영화 '와일드 로봇'을 보며 꽤나 울었는데, 로봇 로즈 때문이었다.

하늘을 날아본 적 없는 엄마 '로즈'가 아이에게 비행하는 법을 가르치는데, 그곳에는 학교도 학원도 없다. 로즈는 한쪽 어깨에 아이를 올려놓고 함께 뛴다.

이것이 진짜 교육일진대 그동안 자녀교육을 부담스럽게 생각해 온 시간들이 가여웠다.


드라마 '슈룹'은 순우리말 제목으로 의미는 우산이다. 천방지축 아들을 키우는 엄마가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라 관심이 크지 않았다. 나에겐 아들이 없지만, 아이에게 부모는 우산이라는 점은 같다. 우산같은 부모가 된다는 것은 우산을 살짝 들어 나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기. 그리고 비바람이 불면 잠시안 펼쳐주었다가 접어두기.


저녁식사로 잡곡밥을 먹은 날은 밤산책을 나간다. 잦은 방귀로 소리든 냄새든 가족끼리 불쾌한 시선을 주고받지 않기 위함이다. 24시간 중에 가족이 모두 모여 눈뜨고 있는 시간은 고작 세 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방귀 따위에 서로를 흘겨보기엔 아쉽다. 트리플 방귀 소리를 듣고 가끔씩 구경 나오는 너구리 가족도 우리의 밤산책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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