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동력

by 여슬

J가 삶을 다르게 대하기 시작한

여러 권의 자기 계발서 때문이 아니었다.

느닷없이 J의 경추에 들러붙은 작은 종양 수술 전날 밤,

바로 옆 침대가 하얀 천이 덮인 채 복도로 밀려 나갔고 그 뒤를 한 남자가 따라 나갔다.

남자는 한 손으로는 어린아이의 손을 붙잡고

다른 손으로는 침대의 끝자락을 잡은 채

병원 복도를 뛰는 것도, 걷는 것도 아닌 속도로

기어가듯 걸었다. 그날 밤 병실에는 그 순간을 끝까지 지켜보는 사람들로 무거웠다.

그날 이후로 J는 삶이란 것이 이해하거나 설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순식간에 옆자리에 도착해 말없이 자리를 비워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퇴원 후 J는 삶의 동력이 무엇을 더 해야 할지 보다는 무엇을 덜 해야 할지를 더 생각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언제나 J를 지치게 했던 영어 공부를 잠시 내려두었고, 영어 단어를 대하는 태도 또한 달라졌다.

하나의 단어에 여러 뜻이 붙어 있어 지쳤던 단어에는 중심이 되는 의미가 있고, 맥락에 따라 그 의미가 조금씩 확장될 뿐이라는 사실을 J는 그제야 알게 되었다. 그다음은 문장의 구조와 관계를 읽으면 독해도 가능하다.

씻는 일조차 건너뛰고 싶은 주말에도 글쓰기는 쉬고 싶지 않아 J는 기어가듯 writing studio를 향해 집을 나섰다. 작가 한강의 수상 소감처럼 일상의 삶을 침착하게 보살피는 균형을 잡아보고 싶어서였다. J는 글쓰기를 통하여 사람과 시간, 그리고 아름다움을 알아가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