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는 작가님 사무실에서 같이 작업을 하는데, 작은 크기의 사무실이라서 내가 글을 쓰면서 나도 모르게 한숨을 크게 쉬어서 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때 알았다. 아 나 글을 쓰면서 한숨을 많이 쉰다는 것을.
< 경기도를 혼자 삽니다> 초안을 만들고 이제 글을 다듬고 있다. 글 한 편을 다듬다가 목차 1장을 다듬는 것이, 책 한 권의 분량의 글을 다듬는 것이 처음이다 보니 버겁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다른 작가님들 에세이 책을 재밌게 읽었는데, 요새는 다른 작가님의 필력을 보면서 계속 주눅이 들어서 잘 못 보게 된다. 그러다가 묵돌 작가님의 이번에 새로 나온 '여로'를 서점에서 발견했는데
보고 싶지만 보고 싶지 않았다. 재밌을 것 같지만, 또 내가 쓰는 글과 비교될까 봐 애써 외면하고 사지 않고 서점을 나왔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같이 있는 작가님을 신경 쓰느라 꼼짝없이 앉아서 내 글을 바라보고만 있었는데 (평상시 혼자서 작업하면 되게 부산스럽다) 난독증이 걸린 것처럼 단어가 문장이 흐트러지게 보였다.
결국 한숨을 참지 못하고 푹푹 내뱉었다. 그러다가 그 묵돌 작가님의 "여로"가 계속 생각났다.
'잘 썼겠지?'
궁금해서 결국 알라딘에서 들어가 미리 보기로 '여로' 글을 조금 봤다. 초반만 읽어도 역시 필력이 좋으시고 재밌게 몰입이 되었다. 결국 집에 가는 길에 참지 못하고 책 정가 10퍼센트 할인도 받지 않은 채 정가로 주고 급히 책을 샀다.
이 책을 보면 분명 주눅이 들겠지만, 마주하자. 외면은 할 수 없었다. 내가 책을 잘 쓰기 위해서도 말이다.
글은 쓰면 쓸수록 더 잘 쓰고 싶어 져서 처음에 글 썼을 때보다 후다닥 나가지를 못한다.
요새는 그래서 글쓰기 관련 책을 많이 읽고 있다.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글쓰기 고민을 해결해 드립니다.> , <도둑맞은 집중력>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등등
사실 글공부하는 게 싫지는 않다. 재밌다. 근데 내가 잘 쓰지 못하는 것 같아서 한숨이 푹푹 나올 뿐이지.
예전에 내가 쓴 글을 보면 "내가 이런 글을 썼다니" 하는 마음도 있다. 지금은 이렇게 못 쓰는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금씩 조급해졌다.
다른 작가님도 다들 이런 마음으로 쓰고 있지 않을까? 내 맘대로 짐작하고 자기 위안을 한다.
오늘은 집에서 하루 종일 글에 빠져 있어야지 했는데,
어제 다른 사무실에서 글을 쓴 게 피곤했는지 내리 계속 잠만 잤다.
침대에서 자다가 소파에서 자다가 반복하다가 마음속은 여전히 '글…. 글…. 글'이 단어만 맴돈 채
마음 편히 자지를 못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내 글을 프린트하고 묵돌작가님의 <여로> 책을 들고 카페로 나왔다.
내 글도 읽고, 묵돌 작가님의 책을 읽고 한숨을 쉬며 그래도 다시 글을 다듬고 있다.
전체적인 균형을 확인하고, 글 한 편을 다시 들여다보고
계속 썼던 보고 다듬었던 글에서 도망가 이렇게 넋두리 비슷한 새로운 글을 브런치에 남기고 있다.
이거와 별개로 글은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는 잘 못 쓰는 것도 어제 알았다.
정말 글을 쓰려면 나 혼자 내면에 푹 빠져서 헤엄쳐야 집중이 잘되는 것 같다.
오늘 카페에서 남들 신경 안 쓰고 한숨을 푹푹 쉬며 한 글자 한 글자 글을 써 내려가 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