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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Jun 11. 2023

글을 쓰면 쓸수록 주눅이 든다.

어제 아는 작가님 사무실에서 같이 작업을 하는데, 작은 크기의 사무실이라서 내가 글을 쓰면서 나도 모르게 한숨을 크게 쉬어서 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때 알았다. 아 나 글을 쓰면서 한숨을 많이 쉰다는 것을.

< 경기도를 혼자 삽니다> 초안을 만들고 이제 글을 다듬고 있다. 글 한 편을 다듬다가 목차 1장을 다듬는 것이, 책 한 권의 분량의 글을 다듬는 것이 처음이다 보니 버겁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다른 작가님들 에세이 책을 재밌게 읽었는데, 요새는 다른 작가님의 필력을 보면서 계속 주눅이 들어서 잘 못 보게 된다. 그러다가 묵돌 작가님의 이번에 새로 나온 '여로'를 서점에서 발견했는데

보고 싶지만 보고 싶지 않았다. 재밌을 것 같지만, 또 내가 쓰는 글과 비교될까 봐 애써 외면하고 사지 않고 서점을 나왔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같이 있는 작가님을 신경 쓰느라 꼼짝없이 앉아서 내 글을 바라보고만 있었는데  (평상시 혼자서 작업하면 되게 부산스럽다) 난독증이 걸린 것처럼 단어가 문장이 흐트러지게 보였다.

결국 한숨을 참지 못하고 푹푹 내뱉었다. 그러다가 그 묵돌 작가님의 "여로"가 계속 생각났다.


'잘 썼겠지?'


궁금해서 결국 알라딘에서 들어가 미리 보기로 '여로' 글을 조금 봤다. 초반만 읽어도 역시 필력이 좋으시고 재밌게 몰입이 되었다.  결국 집에 가는 길에 참지 못하고 책 정가 10퍼센트 할인도 받지 않은 채 정가로 주고 급히 책을 샀다.

이 책을 보면 분명 주눅이 들겠지만, 마주하자. 외면은 할 수 없었다. 내가 책을 잘 쓰기 위해서도 말이다.


글은 쓰면 쓸수록 더 잘 쓰고 싶어 져서 처음에 글 썼을 때보다 후다닥 나가지를 못한다.

요새는 그래서 글쓰기 관련 책을 많이 읽고 있다.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글쓰기 고민을 해결해 드립니다.> , <도둑맞은 집중력>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등등


사실 글공부하는 게 싫지는 않다. 재밌다. 근데 내가 잘 쓰지 못하는 것 같아서 한숨이 푹푹 나올 뿐이지.

예전에 내가 쓴 글을 보면 "내가 이런 글을 썼다니" 하는 마음도 있다. 지금은 이렇게 못 쓰는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금씩 조급해졌다.

다른 작가님도 다들 이런 마음으로 쓰고 있지 않을까? 내 맘대로 짐작하고 자기 위안을 한다.


오늘은 집에서 하루 종일 글에 빠져 있어야지 했는데, 

어제 다른 사무실에서 글을 쓴 게 피곤했는지 내리 계속 잠만 잤다. 

침대에서 자다가 소파에서 자다가 반복하다가 마음속은 여전히 '글…. 글…. 글'이 단어만 맴돈 채

마음 편히 자지를 못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내 글을 프린트하고 묵돌작가님의 <여로> 책을 들고 카페로 나왔다.

내 글도 읽고, 묵돌 작가님의 책을 읽고 한숨을 쉬며 그래도 다시 글을 다듬고 있다.


전체적인 균형을 확인하고, 글 한 편을 다시 들여다보고

계속 썼던 보고 다듬었던 글에서 도망가 이렇게 넋두리 비슷한 새로운 글을 브런치에 남기고 있다.


이거와 별개로 글은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는 잘 못 쓰는 것도 어제 알았다.

정말 글을 쓰려면 나 혼자 내면에 푹 빠져서 헤엄쳐야 집중이 잘되는 것 같다.


오늘 카페에서 남들 신경 안 쓰고 한숨을 푹푹 쉬며 한 글자 한 글자 글을 써 내려가 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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