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치료] 여섯째날, 참 좋은 사람

사별 경험자를 위한 미술 치료

by 평생사춘기

눈이 일찍 떠졌다.

일어난 김에 씻고 아침을 챙겨 먹고

넉넉히 나섰다.

오늘따라 주변의 공기가

무겁게 느리게 흐른다.


자리에 앉아 지난 5주간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나누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물으셨다.

요즘 유독 엄마에 대한 미안함이

자주 또 깊이 들곤 했다.


음악을 들으며

엄마에 대한 미안함을 떠올리는데

눈물이 쉴틈 없이 흘렀다.

유독 반복되게 떠오르는 장면,

주말에도 항상 밖에 나가 있었기에

집에 있는 날이면 TV를 보며 늘어지기 일쑤였다.

엄마는 항상 함께 동네 산책을 가고 싶어 했고

시장에 장 보러 가고 싶어 했다.

작지만 소소하지만 함께 하고 싶어 하셨다.

뭐가 그리 피곤했는지

어려운 대단한 것도 아닌 그걸 해주지 못했다.


오늘은 잡지를 보고 콜라주를 해보기로 했다.

잡지를 넘기며 눈을 사로잡는 것들을

오려두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배열하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20대의 소녀

40대의 어른

60대의 노인

내가 알지 못한 엄마란 사람

조금 더 귀 기울여주고

관심 가져주지 못한

한 사람으로서 바라봐주지 못했다.

항상 희생을 요구했고 버팀목을 찾았다.

엄마도 기댈 누군가가 필요했을 텐데,

꿈 많은 소녀였을텐데,

내가 알지 못하는 엄마의 모습

더 많이 이해하고 공감하고

보듬어 주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미안함.


우리에게 하루가 주어진다면,

손을 잡고

동네 산책을 하며

엄마의 어린 시절에 대해

엄마라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다.

시장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엄마를 도우며

도란도란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내가 얼마나 엄마는 좋아하는지

엄마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말해주고 싶다.

참 좋은 사람이라고

그 어느 누구보다

훌륭한 사람이라고

내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고 아끼는

닮고 싶은 사람이라고

충분히

차고 넘치게 잘 살아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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