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집 ,낮선밥상

by 네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나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눈물은 옷장 안에 숨긴 채, 나는 얼마 후 친척집으로 보내졌다. 그 집은 ‘작은집’이라 불렸지만, 나에게는 결코 포근하지 않은 곳이었다. 사람의 온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작은집에도 자녀들이 있었으나 난 친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밥에 적응하지 못했다. 낯선 냄새, 낯선 맛. 어릴 적부터 먹어온 반찬이 아니었다. 밥을 입에 넣으면 자꾸 헛구역질이 나왔고, 작은엄마는 그런 나를 보며 “어휴, 까탈스러워서 원…”이라며 나무랐다. 하지만 나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다. 그냥 먹히지 않았다.


밥상 앞에서 나는 자꾸 작아졌다.


그렇다고 울지는 않았다. 단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새벽만 되면, 나는 잠결에 깨어 서럽게 울고 있었다. 눈을 떠보면 목이 메어 있었고, 베개가 축축했다. 나도 왜 그런지 몰랐다. 아마 꿈속에서라도 아버지를 찾고 있었던 건 아닐까.


작은엄마는 나를 나무랐다. “희정아, 자꾸 왜 울어? 그만 좀 울어.” 나는 기억이 없었다. 잠결이라 그랬다. 그 말에 더 조용히, 더 조심스럽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그 집에서 ‘없는 사람’처럼 살기 시작했다. 낮에는 말을 줄였고, 밤에는 울지 않으려고 애썼다. 아무 이유 없이 회초리질을 맞던 날도 있었지만, 나는 울지 않았다. 울면 더 아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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