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구획 설계도

업무를 배우기에 제일 좋은 부서

by 쉬는건 죽어서

업무를 배우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 수 있을까?


전 부서에서 나는 단독업무를 맡아 왔다. 업무 프로세스도 내가 정의하고 연관 부서와의 역할 정의도 내가 하고, 아웃풋 관리도 내가 했다. 특히나 업무 특성상 아주 정확하고 미세한 작업이 필요한 분야가 아니었고, 부서장들에게 보고는 했지만 그건 산출물에 대한 보고일 뿐 내 프로세스에 대한 챌린지는 아니었기 때문에 나만의 독자적인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했었다. 누구도 간섭하지 않았기에 편하기는 했지만 경험치가 많지 않아서 스스로의 노하우만으로 더 발전된 프로세스로 바꾸는 건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었고.



옮긴 부서는 프로세스에 맞추어 일을 진행하지 않으면 안되는 특징이 있다. 고객이 정해져 있고, 고객의 요구와 납기에 맞추어 내 업무의 일정이 정해지고,고객의 요구에 대응하는 것이 전사의 관심사이다 보니 정확히 프로세스대로 진행이 안되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업무 시작전에 조건이나 프로세스를 먼저 제대로 셋팅해야 하고, 그 납기대로 관련 부서들을 챙겨나가야 빠지는 것 없이 진행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 기능은 기존에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던 것을 전사 프로세스와 제반 사항을 잘 아는 관리 부서의 부장님이, 정리가 제일 쉬웠던 사원을 받아 3년여 전부터 셋팅을 해나가기 시작했던 부서로, 마치 처음부터 설계를 완벽하게 해서 구도시의 단점을 없앤 신도시 구획 지도가 펼쳐지는 것처럼 일목요연하게 모든 업무의 체계와 히스토리가 정리되어 보물지도를 펼친 것처럼 설명되어 나오는 것이었다. 개발 조직이라는 눈 높이에 있다가 갑자기 전사의 체계와 흐름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지금까지 답답해했던 시야의 한계가 깨지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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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OJT를 해주는 친구는 정리가 가장 쉬웠던 재능 만렙의 친구로 Orientation의 모든 순서를 정리해서 적극적으로 알려주었고, 중간중간 알아야 할 지식들을 정확히, 반복해서 Case 적용과 Quiz라는 방식까지 동원해서 학습을 시켜주었다. 그냥 통밥으로 한번 들으면 대충 알겠는 지식이지만, 일주일쯤 지나 적용을 시켜보려니 원리나 순서가 헤깔려서 많은 질문들이 생겨났다. 그러면 다시 반복해서 설명을 듣고, 적용을 시켜본다.


그리고 많은 보고 자료들에서 본 과제 관련 지식들이지만, 이 부서에서는 그 지식과 수치로 싸워야 하는 일들이 많다보니 바로바로 튀어나올 수 있도록 숫자 Quiz 시간까지 따로 시간을 내 주었다.



한 달 전에 내가 해줬던 인수인계 시간이 생각나 등에 땀이 흐른다. 회사 다닌 근속년수와 별개로 경험치가 많은 사람은 더 다양하게 업무를 보는구나. 업무에 열정이 있다는 게 이런 모습이구나. 자신감은 년차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오너십에서 나오는구나. 오늘도 업무를 배우면서 자세를 한번 더 반듯하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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