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임무 완수~절반의 성공
시간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홀로서기를 처음 하는 날. 주 초반부터 주요 고객에서 변경사항이 있다고 통보가 와서 제반 사항을 조율해야 하는 처음 임무가 떨어졌다. 전임자가 떠나고 처음 하는 업무라서 업무를 받은 순간부터 긴장이 되었다. 주요 고객이다 보니 관심 갖는 사람들이 많아서 회의를 잡기 전부터 여기저기서 연락이 온다. 어떻게 된거냐, 언제 할꺼냐, 나도 불러달라... 관심 팍 받으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등장? 하면 좋겠으나, 그렇게 흘러가기엔 내가 아는게 참 없다.
최대한 히스토리 파악을 해서 놓치는 것 없이 진행하고 싶은 생각에 하루종일 자료를 뒤져보며 체크포인트를 체크해본다. 워낙 변경점이 많았던 과제인터라 설계, 구조, 라인, 물류 어느 것 하나 히스토리가 없는 것이 없다. 어디에서 질문이 튀어나올지 모르겠어서 하나하나 노트에 빨간줄을 쳐가며 외워본다. 수많은 숫자가 머리속에 안 들어가고, 입에도 안 붙어서 머리속에 한번 더 떠올려보고, 입으로도 중얼거리며 되뇌어본다.
그리고 현재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여기저기 물어서 정보를 모아본다. 그나마 회사를 오래다닌게 장점이라면 장점이니 제일 크리티컬하게 변하는 상황을 그러모아 머리속에 넣어 본다. 변경점이 많은 프로젝트라서 변화한 히스토리까지는 알 수 없고 현재 최종적으로 결정된 부분만 겨우 체크해본다.
흥행에는 성공. 여기저기 알아서 참석하시겠다고 하는 분들이 많아서 다닥다닥 스탠딩 회의를 해야하나 고민하며 큰 회의실을 찾아 헤메어 보았지만, 범람하는 회의들 때문에 큰 회의실은 욕심일 뿐이다. 그리고 시작한 회의.
사내 관련 부서를 모두 호령하는 상위 부서의 A양. 굳이 왜 모든 부서가 모였나 싶게 A양이 얘기하는 걸 다른 사람들은 모두 끄떡끄떡만. 윗 부서장보다 오래 그 일을 한 사람이니 그 실무적 깊이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누가 얘기를 하더라도 말이 다 끝나기 전에 "이건 그런거구요", "저건 그런거구요" "대표님은 이렇게 말씀하셨구요" "어려우신건 다 알지만, 그건 ~~ 이유때문에 안되구요" 히스토리 뿐만이 아닌 현안의 흐름과 의사결정사항까지 모두 알고 있는 A양.
시작한 시간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A양보다 선배인 입장에 조금 민망한 건 사실. 전후 관계 파악도 급급해서 회의록도 겨우 녹음한 내용을 확인하고 물어물어 완성해낸다. A양의 지휘에 맞추기 위해 제반 사항을 준비해 주는 일. A양을 넘어설 수 있는 날이 있을까?
그리고 전임자에게 물어서 한 업무 요청에 "이걸 왜 제가 해야 하죠?" 라는 쌩한 대답에 마주친다. 같은 업무더라도 누가 했는지에 따라 어떨 땐 본인이 할 일이고, 어떨 땐 본인이 할 일이 아닌게 되는 것. 정해진 업무 역할이 아닌 누군가와 하느냐에 따라 업무를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오래 일 한 사람의 특권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