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의 관계는 어느 정도가 적절한 것일까. 그리고 어떤 형태의 관계를 맺어야 도움이 되는 것일까. 드라마홀릭이던 내가 생활 패턴 유지를 위해 (밤샘 드라마 정주행이 취미라서) 최근에 끊고 있었던 드라마를 다시 시작하게 한 드라마가 있다. "나의 해방일지" 모든 장면이 울림이 있고, 모든 대사가 마음을 울컥하게 해주고 있어서 몇 번이고 다시 보게 될 것 같은 명작을 만났다.
많은 부분이 공감되었지만, 특히나 염미정의 회사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호회 가입 인원수 조차 실적으로 관리가 되는 회사의 운영 방침, 동호회를 통한 인간적인 관계맺음이 업무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하는 의문, 그럼에도 끼지 못하는데에서 오는 소외감이 얼마나 사람을 초라하게 만드는지 상대적 박탈감, 성과를 잘 내기보다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시된 한국 기업의 공무원화 등
염미정은 의미없는 동호회 활동을 굳이 하고 싶어하지 않는 한 직원이다. 더이상 무언가를 배우고 싶지 않고, 활동 후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술자리가 너무도 어색하다. 하지만 회사는 동호회를 통한 사내 문화 개선을 하기 위한 '행복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이 센터는 일반 회사의 감사팀 같은 분위기로 왜 동호회를 들지 않느냐며, 어울리는 동호회를 찾았다며, 끊임없이 동호회 가입을 강요한다.
우리 회사도 회사 문화 개선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부서별로 전담 인력을 정해서 캠페인도 주관하고 설문 등을 통한 개선 활동을 기획하고 추진해간다. 나도 일년을 이런 전담 역할을 맡은 적이 있다. 동호회처럼 개인의 가입을 강요하는 활동은 아니었지만, 중식/ 석식 간담회를 교대로 진행하고, 과제별로/ 직급별로 모이기도 하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사람을 모아서 활동을 했다.
이런 활동을 일반 직원이 좋아할까? 대부분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편한 사람들과 불편한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두 입 모아 그런 활동 하지 말고 ㅂㅁ쿠폰 주는 것이 제일 좋다고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역할을 맡은 입장에서 '그럴듯한' 실적을 내기 위해서 강요 아닌 강요를 해 가며 끌어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또 그런 활동을 하고 나면 기존에 어색함이나 딱딱함이 10% 정도는 풀리는 것이 사실이기도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걸 해야하나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참여해야 함을 강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 것 같다.
참여하기 싫지만 혹시 당할지 모르는 불이익을 가정하며 억지로 참석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정말 죽어도 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또한 하기 싫은 것을 굳이 해야하나라는 기본 생각이 있어서 그들을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때로는 실적 때문에 혹은 본인이 생각하는 대의명분 때문에 강요하는 담당자도 있었다. 덕분에 '참여' 실적은 좋지만, 과연 그것으로 인한 조직문화 개선의 효과는 모두들 궁금해했다. '양'이 아니라 '질'로 평가되어야 하는데 '질'을 평가할 잣대가 없어서 '양'으로만 평가하는 문제점이 이곳에서도 역시나 나타나고 있었다.
그 문제점은 두번째 의문으로 이어진다. 동호회를 통한 인간적인 관계맺음이 업무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하는 의문. 염미정의 회사는 전직원 동호회 활동, 점심 무작위 간담회, 업무 후의 자율적인 회식의 활성화 등이 되어 있다. 그렇다고 이 회사가 자율적인 업무 분위기라던지 업무적으로 도움이 되는 관계가 되어 있다던지 하는 모습은 비추어지지 않는다. 염미정이 가지고 간 보고서에 상사는 한숨과 짜증을 내면서 빨간펜을 그어댄다. 염미정이 계약직이고 동호회 참석을 안해서? 하지만 누구보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괌 4인방에게도 누가 회사 프린터로 비행기 티켓을 출력했냐면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준다. 그리고 대부분 사내 이슈만으로 수근거리는 대화만 있다. 동호회를 통한 관계가 업무적으로 도움이 되는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이것은 많이 극화된 부분이라 단적으로 효과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참여했던 요가 동호회, 어학 교육을 떠올려 보면 이때 만났던 사람들이 이후 개인적으로나 업무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제일 컸던 것은 직접적인 도움이라기 보다 직접 연계 부서가 아닌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이 사람들과 연계된 사람들까지 관계를 확장할 수 있게 된 것이고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 라는 평판을 만들어 주었던 것 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회사 생활을 길게 할 사람은 어느 정도는 필요한 활동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내실은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 가십을 듣고 말하는 통로로 쓸 지, 적재적소의 마중물로 쓸 지는 개개인의 기본 태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