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주말 활용법
아들에게 배운 단순하게 사는 법
주말이 끝나간다. 토요일에는 천천히 가던 시간이 일요일 오후가 되니 중간이 끊긴듯이 뭉텅이뭉텅이 흘러간다. 베란다 끝에 걸친 햇볓이 짧아지는게 아까워서 서둘러 이불을 널고, 빨래를 돌려 햇볓을 만나게 해준다. 토요일에 산 보드게임을 하느라 게으름을 피운 탓에 햇볓끝이 짧아지고서야 집안일을 시작하고 보니, 얼마 안 남은 일요일이 확연히 느껴져 짜증이 슬슬 밀려올라온다.
개야 할 빨래가 쌓여있고, 화장실에 때가 껴있어서 락스물 좀 끼얹어야 하고, 매트리스 청소도 남았고, 아이들 숙제 봐줘야 할 것도 남았다. 그런 집안 일 외에도 회사 업무 대비를 위한 책 공부, 매일 해야지 결심한 영어 공부도 남았다. 해야할 일들이 쌓여있는데다 운동도 하고 싶고, 너무 보고 싶은데 시작하면 그 후 일정은 모두 취소해야 할 드라마 시청에도 마음이 많이 가 있다. 하고 싶은 것도 하나 못하고 해야 할 일에 찌들어서 사라져가고 있다. 나의 마음편한 주말이. 게다가 해야할 일도 반도 못 했는데. 부글부글 올라오는게 느껴진다.
나가봐야 할 시간이 왔다. 남편과 딸이 머리를 자르러 나간다고 미용실에 같이 가야할 시간이다. 굳이 안 가도 되지만, 끝나고 근처에서 저녁을 먹어야 하고 가족들끼리 함께 다니기를 원하는 남편 때문에라도 나갈 준비를 한다. 그런데 폭발은 다른 곳에서 생긴다. 주말 내내 보드게임만 신나게 하면서 수학학원 학습지를 보며 하기 싫다는 소리만 하고 통 연필을 들지 않던 아들래미가 드디어 안하면 안되는 때라고 생각했던지, 안 나가겠다고 심통을 부리기 시작했다.
해야 할 양이 몇 장이 되고, 그거 말고도 다른 숙제가 있고.. 평소 하던 속도로 보면 1시간도 안되어서 끝날 것 같은데 온갖 시름에 쌓여서 숙제에 찌들은 표정으로 울먹거리기 시작한다. 결국 집에 남은 아들, 보호자로 남은 나.
집중해서 풀기 시작하더니 채 30분 남짓도 지나지 않아 숙제 하나를 끝내고 생글거린다. 남은 숙제 하나는 내일 하면 된다며 미련없이 숙제를 밀어내 놓고 남은 시간 뒹굴거리며 놀기 시작한다. 아들이 벌어준 시간 덕분에 책을 볼 시간이 생겼다. 주말에 공부해야지 생각했던 책을 집어들고 집중해서 읽기 시작했다. 생각지 못하게 생긴 여유시간이라 공짜로 얻은 복권 같이 만족스러운 느낌이었다. 오후 내내 쫓기는 기분이 들다가 이제야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게 되었다.
놀러가기도 해야하고, 체험학습도 가야할 것 같고, 밀린 잠도 자야하고, 밀린 공부를 하고, 밀린 집안일을 하고, 밀린 아이들 공부를 봐주고, 시댁에도 친정에도 가야하고, 친구도 만나야 하고.. 해야할 일이 산더미 같은 주말 사용법은, 놀때는 즐겁게 논다. 하고 싶을때까지 기다렸다가 딴거 다 제쳐두고 집중해서 공부한다. 이거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아들에게 배운, 조금은 이기적일 수 있지만, 복잡하지 않게 단순하게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