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열등감이 다 있을 것이다. 긴장하고 순발력 없는 나로서는 순발력 있고 위트있게 대답 잘 하는 친구들이 가장 부러운 존재였다.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항상 실망시키지 않고 말하며, 쫄지않고 당당한 사람들. 친구들을 항상 몰고 다니며 친구들의 모임에서 가장 먼저 연락이 가고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람들. 그런 인플루언서 같은 삶을 나는 부러워한다.
최근 큰 단위 조직의 행사가 있었다. 몇십명 단위가 아닌 몇백명 단위가 되는 조직의 동료들이 모두 모여서 팀에서 진행되는 일들을 가볍게 공유하는 자리였다. 가벼운 자리이다 보니 위트있게 튀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마이크를 잡고, 분위기를 주도하는 자리가 되었다. 농담처럼 팀장님께 우리 부서장님이 팀장님이 시킨 일이 너무 많아서 부서 행사를 같이 참석 못한다 어필하는 모습, 어떤 짖궂은 질문에도 당당히 쳐내는 모습, 심각한 질문처럼 시작했다가 마지막에 가벼운 질문으로 싹 뒤트는 모습.. 몇백명이 모인 자리에서 말을 꺼내기도 어려운데, 그런 자리를 좌지우지 하기까지 하는 그들의 센스에 새삼 감동했다.
그리고 밝은 뒤에 어둠이 더 깊다고 했던가. 평소 하던 대화도 심드렁하고, 대화 주제도 너무 심각한 것 같고, 목소리도 갈라지고, 내가 더 쭈그리가 된 느낌. 평소 하던 대화가 아닌 뭔가 색다른 주제와 표현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오버해보지만 다른 날보다도 더 안풀려서 오히려 생기를 잃는 느낌이다. 같이 한 동료들도 그런 느낌인지 그날의 점심 모임은 서둘러 마무리 되었다.
그 자리에서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전체 인원의 5%도 안되는 숫자였다. 나는 정상범위에 속해 있고 다수에 속해있어서 그런 소수의 사람들 때문에 굳이 열등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데, 느꼈다. 나만 그런 그런게 아니라 내 동료들도 느꼈다. 그런 사람들이 항상 주인공이 되는데 들러리 서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
열등감은 도망가야 할까, 맞서서 싸워야 할까. 도망가서 그런 상황을 만날 가능성이 매우 적어진다면 그렇게 해도 된다. 하지만 그런 열등감이 매일 수시로 느껴지는 상황에 있다면 결코 외면한다고 마음이 편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정면으로 돌파하는 수밖에는 없는데 내가 따라갈 수 없는 센스의 영역이라면 적당한 패턴을 만들어 놓고 상황에 맞춰 대응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보인다.
여기까지 마음을 먹었다면 그 후는 오히려 쉬울 수 있다. 나의 열등감이라고 인정하기까지가 어렵지, 그걸 극복하기 위한 목표를 만들어서 행동한다면 그건 더이상 열등감의 영역이 아닌 것이다.
나를 가만히 들여다 보자. 웃기고 싶은 건지, 애드립이 좋고 싶은건지, 낭중지추의 핵심을 뚫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건지,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나만 꼽아서 집중해보면 된다. 유재석처럼 완벽한 연예인이 되려는 욕심만 내려놓으면 열등감은 극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