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벽

어서 터널을 지나고 싶다

by 쉬는건 죽어서

오늘도 핸드폰 제일 상단에는 메신저 그림이 떴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또 사전을 찾아가면서 메신저를 해야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의 늬앙스가 전달이 제대로 되는지 고차원의 고민을 하다보면 시간이 너무 흘러버린다. 한두번 밤까지 끊어지지 않는 메신저를 하면서 황금같은 저녁시간을 보내고 나니 그냥 짧게, 할 말만 하는게 낫다는 지경에 이르렀다.


회의를 하면서 상대방이 하는 말을 반도 못 알아듣겠고, 내가 하고 싶은 얘기의 반의 반도 전달이 안되는 속상한 상황을 겪었다. 게다가 회의 후에 메신저를 통해 거듭 확인한 결과 이해했던 바와 많이 다른 것을 깨달으면서 현타가 왔다. 영어 잘하는 담당자와 한 회의에서 지금까지 10번이 넘는 커뮤니케이션에서 파악한 것과 수준이 다른 정보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발 더 앞으로 나가서 적극적으로 해야함을 알지만, 오늘 저녁에도 울리는 메신저 소리에 스트레스가 밀려 올라오는 것은 자동 반사처럼 나타났다. 전화 영어를 해도, TED를 아무리 들어도, BBC learning english를 출퇴근때 계속 틀어놔도 귀가 꽉 막혀있어서 도통 들리지를 않는다. 어느날 갑자기 터널을 지난 듯 영어가 모국어처럼 귀에 들어오는 날이 있을까?


그리고 입은 어떻게 터야 할까. 일상 대화를 할 기회가 거의 없는데, 가끔 회의때 편치 않은 사람과 업무 관련 용어만 써야하는데, 일상대화, 업무 대화를 편하게 하는 날이 언제 올까.


내가 영어에 들인 돈이 얼마나 될까. 계산해 본 적은 없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2~30만원이 되는 학원을 고등학교 때 부터 대학교, 회사에 와서까지 꽤 많은 기간 동안 영어학원을 다녔다. 경우에 따라 회화 대비, 토익 대비, 오픽 대비로 일타 선생님만 바뀌었을 뿐. 30만원 * 12개월 * 10년 = 3600백만원 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 않다고 확신한다. 투입 시간은 더많을 것이다. 입사를 준비하며 토익 준비를 하며 학교 도서관과 201호 강의실에서 토마토 토익 책을 공부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각하다. 토익 900점 이상에, 오픽 AL등급까지 따서 회사에서 더이상 영어 등급 압박은 받지 않아도 되는 유효기간 9999년 99월 99일이라는 명예까지 받았는데.


괌PIC에 여행 가서는 영어를 못한다고 도움이 필요하다는 뱃지까지 받고, 메신저 알람 하나에도 깜짝깜짝 놀라야 하다니. 참으로 멍에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도 영어 단어를 외우는 딸래미가 단어를 못 외워서 끙끙대고 있다. 30만원이 넘는 학원비를 벌써 5년이나 매달 내고 있는 딸래미이다. 오늘도 단어 시험에서 많이 틀려서 재시험을 봐야 한단다. 재시험 볼게 벌써 3개가 쌓여서 숙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스트레스 만땅 받으며 우울해 하고 있다. 안 도와줄 수가 없는 복잡하게 실타래가 엉켜있는 머리속이 보인다.


이렇게 외워봐~~

'쟤'도 '너'도 다 하는 거야 ~ 일반적인 거 ---> ge(쟤) ne (너) 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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