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바쁘게 하루가 갔다. 다이어리에 적힌 To-do list 를 몇 개인가 지웠다. 지우는 기분은 내기 위해 지우는 것은 가로 취소선으로 시원하게 긋는다. 연필 사각대는 소리를 들으며.
오늘은 5시에 일어나서 시원시원한 김미경 캡틴의 목소리를 들으며 다시 힘을 내 보았다. 복근 운동을 해서 코어 근육에 긴장감도 불어 넣었다. 전화영어 준비에 10분 통화까지 30분 가량 영어 공부를 했고, 3프로 TV유튜브 채널을 들으며 경제 상황도 업데이트를 했다. 그리고 출근하자마자 급한 업무 몇 개를 빨리 처리하고 보니 점심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운동에, 영어에, 재테크에, 업무에 .. 빠지는 것 없이 챙긴 날인데도, 마음이 든든한 것 보다는 나른하고 피곤하고 지루하다. 루틴의 힘 만큼 강력한 것이 없다고 했는데, 언제 그 힘이 보일까. 몸무게도 같은 수준, 영어로 말도 못 하고, 주식 계좌는 온통 파란색이고, 남이 10분이면 할 일을 1시간에 걸쳐서 하고 있는데...
마침 며칠 전 들은 월부 채널에서의 조언이 생각났다. '블로그도, 스마트스토어도, 경제 공부도, 주식 투자도, 코인도 하고 있다'는 사연에 '하나에 집중하세요. 부동산 투자자들 중에도 아파트도, 청약도, 상가도, 경매도, 땅도 다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기 주 종목 하나만 결정해서 집중하세요.' 라고 너바나님이 말씀하셨지.
지금 나의 문제는 이 많은 것들의 균형을 맞추려고 모두 조금씩만 발을 담그고 있다는 것. 제대로 미친듯이 하고 있는 건 보이지 않는다. 뭐가 제일 중요할까. 지금은 영어이다. 당장 회사에서 쓰일 일도 많고, 앞으로도 쓸 일이 많을 것은 자명하니까. 오늘부터는 영어로 모든 힘을 모으기로 한다.
때마침 만난 영어 선생님인 친한 친구에게 빨리 방법을 내 놓으라고 닥달해 본다.
나 : 난 이제 목숨걸고 영어만 할꺼야. 빨리 영어 말하기 잘하는 방법을 내 놓으시오!
친구: 몇 번이나 말했잖아. 원어민한테 1:1 수업을 들어! 그게 직빵이야.
나 : 더 이상 영어에 내 돈 들이기 싫다고!
친구: 돈을 들여야 열심히 하게 돼. 벌어서 뭐해. 나를 위해 쓰라고.
아니면 회사에 외국 사람 없어?
나 : 친하지도 않은데 갑자기 말을 어떻게 걸어.
친구: 목숨 건다며. 뭔 목숨이 이렇게 이유가 많냐.
나 : 몰라. 나 샤이한 사람이야.
친구: 샤이? 영어 하려고 노력하는거야? 나랑 영어로 할래?
나 : 뭐래. 몇 개월만에 만나서 할말도 많은데 속터질 일 있냐.
친구: 자세봐라. 어쨓든 영어로 말할 기회를 찾아봐.
오는 길에 예전에 받아 놓은 '소모임' 앱을 켜 보았다. 몇 개 모임중에 거리가 그나마 접근 가능한 강남역 모임을 골랐다. 오프라인 모임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나는 목숨걸고 영어를 하기로 했으니 뭐라고 해야지.
가입 인사는 이렇게 적었다.
"수 천 들인 영어, 이제는 도장깨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