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길과 계곡길 걷기

자연의 힘 얻은 주말

by 쉬는건 죽어서

3일 연휴의 시작이었다. 날짜를 생각하지 않고 시골에 갈 날짜를 잡은게 화근이었다. 외할아버지 생신이라 매년 이맘때쯤 시골을 가지만, 이번에는 마침 광복절 3일 연휴의 시작날이 되어 버린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 보복 소비와 여름휴가의 마지막이 겹쳐진 날이라 자동차의 대열은 상상을 초월했다. 길게 늘어 선 빨간색 자동차의 백라이트들이 하남에서도, 화도에서도, 서종에서도, 가평에서도 구불구불 길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강원도에 이 많은 사람들이 가서 묵을데가 이렇게 많나?"

"당연하지 가평에서 춘천, 속초까지 얼마나 많니."

강원도의 숙박시설을 걱정할만큼 대열은 길고 길었고, 네비게이션의 도착 시간은 점심 약속시간을 훌쩍 넘어 속절없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 어떤 단풍철, 김장철보다 많은 시간이 걸려서, 부산에 갈 수도 있는 시간만큼 걸려서 시골집에 도착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다 말다를 반복한 시골집은 풀내음이 한참 진동한다. 초등학교때 방학때마다 내려와있던 시골에서의 추억이 있어서 그런지 논과 밭과 그 사이를 거니는 시골의 풍경은 나에게 무한한 편안함과 행복감을 준다. 나도 많이 심어 본 들깨와 나도 많이 따고 심어 본 고추와 나도 많이 따 본 옥수수가 줄 서 있는 것을 보면서 낯익지만 어렸을 때보다 쓸쓸해진 시골 풍경을 보며 좀 걸었다.


그리고 돌아온 서울에서 물이 꽤 많아진 계곡 길을 올라본다. 수해 위험이 옅어진 쨍한 날씨의 날이라 그런지 계곡에는 준비된 피서객들이 들어차 있었다. 돗자리에, 수영복에, 튜브에, 부채에, 비치타월까지 바리바리 준비한 사람들이 계곡 기슭에 차를 대고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발만 담그고 이야기 꽃을 피우는 사람들, 집 평상처럼 돗자리 펴고 누워서 부채질하는 사람들, 무릎까지만 들어가려다가 바지가 다 젖어서 엉덩이까지 걷어 올린 아이들, 깊은 웅덩이를 찾아 다이빙을 하는 아이들.. 계곡물이 시원해서 발만 담그고 있어도 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언니와의 편하게 앉아서 두런거리던 대화까지 금상첨화로 맛났다.

올해 여름에 땀이 흘러내리더라도 즐거울 것 같은 하고 싶던 두 가지 일을 하고 나니 힘들게 갔었던 밀리던 길이 힘든 기억으로 남지 않았다. 콧 속과 폐 속 깊이 담아놓은 자연의 향기가 버텨낼 수 있는 힘을 주었나 보다.



잠시 혼자 있는 틈을 타서 영어로 계곡을 표현해보았다.


walk up : 산을 오르다는 걸 이렇게 써도 되나?

crowed with lots of people : 사람이 많긴 많았는데..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군집해 있던 걸 더 묘사하고 싶었다.

along the valley : 계곡물이 흘러 내리는 걸 실감나게 표현하고 싶었는데.. 뻔한 표현만 떠오른다.

그럴 줄 알았어. " That would figure." ㅠㅠㅠ


하지만 오늘은 자연의 힘을 많이 받았으니까, 만족스러운 기분을 유지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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