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전에 한국어부터 잘하는 사람이 되자

버퍼링을 줄이고 맛깔나게 이야기하는 적극적 태도

by 쉬는건 죽어서


영어로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마음껏 해본 적이 없다. 영어는 시험 대비만을 했기 때문에 항상 주입식 암기만을 했었다. 토익을 준비할 때도 당연히 그러했지만, 오픽을 준비하던 그 때도 내가 하고 싶은 주제와 방식으로 이야기해서 영어식 구문을 완전히 만들어 가는 것은 시간이 너무 걸리는 일이었기 때문에 오픽 쪽집게 선생님은 각자의 표현을 만들려고 하지말고 주어진 구문을 정확히 외워서 말하게끔 했다. 그래야만 "영어식 표현"의 틀에 빠르게 완전하지 않은 물렁물렁한 내 영어실력을 따라 부어서 굳힐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When it comes to ~", "As for~", "nerve-racking", "denuclearization" 등의 AL 대비 표현들을 외웠었다.


그렇게 쏟아 부은 영어 표현들은 가득 내 머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면 그게 대화를 할때 적재적소에서 튀어 나오는가?



오늘의 입트영 대화문을 작문할 때였다. "귀찮더라도 꼭 챙겨먹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내 머리에서 가장 흔하게 튀어 나오는 표현은 "If you're bothered, it's important to have 3 times meal everyday." 그렇다면 조금더 맛깔나는 답지의 표현은? "I think the key is to eat something, even if it's a pain in the neck."


중요한 것 같아요 의 표현을 이야기 할 때 백번이면 백번 important 라는 표현부터 튀어 나온다. 물론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원어민의 상세한 늬앙스 차이는 모르겠지만..) 그렇게만 이야기 해도 되지만, '간단하게 챙겨먹더라도 빠지지 않고 뭐라도 먹기만 하면 되지' 라는 느낌으로 the key is ~ 라는 표현을 써주면 훈계조의 '중요해' 가 아닌 응원해주는 '중요해'가 되는 것 같다. the key is .. 가 어려운 단어도 아닌데, 그 순간 그 말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important"에 내 표현은 멈추는게 아닌 "the key is"를 몇 번은 입에 올려서 말을 해봐야 적절한 순간에 말이 되어 나올 것이다.




우연히 오늘은 형제, 아이가 6명이라는 두 명의 외국인과 대화를 했다. (한 명은 본인이 6남매인 필리핀 전화영어 tutor, 또 한 명은 회사에서 업무적으로 연락하는 오스트리아인의 조카가 6명이라는 대화)


이때 한국어로 하는 대화였다면 "우와 정말여?" "당신 나라에서는 보통 그정도로 형제가 있나요?" "손이 많이 가서 (클때/ 키울때) 힘들겠어요." "그렇게 큰 가족일때 힘들거나 재미있는 일이 뭐가 있었어요?" "저는 두명만 키워도 너무 힘든걸요." "그래도 아이들은 행복을 주지요. 그래서 행복이 더 클꺼에요~" "형제가 많으면 나중에 크면 서로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정도의 대화를 했겠지.

영어로는 "Oh really, I'm very surprised." "Is it a normal thing in your country?" "Your sister get tired." "Children give me happiness." 정도의 알아듣긴 하나 몇 개의 뚝뚝 끊어지는 단순한 대화만 했다.


그 대화를 하고 내가 뭔가 충분히 대화하지 못했다고 느낀 이유는, 신기한 일이지만 축하할 일이다 라는 내 마음을 잘 전달하지 못했고, 뚝뚝 짤라지는 단어 몇 개로만 이야기를 해서 너무 단순한 대화만 했고, 아는 단어들이 튀어 나오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대화가 뚝뚝 끊기거나 맥없이 다른 대화 주제로 넘어갔고, 심지어 영어 표현을 뭐라고 얘기하지 생각하느라 한국어로 대화한다 하더라도 뭐라고 해야 하는거지? 라는 버퍼링이 생겨 버린 것이다.


이래서 한국어를 잘 하는 사람이 외국어를 결국 잘 하게 되는건 자명한 일일 것 같다.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은 한국어로 뭐라고 답할지 버퍼링 없이 바로 바로 생각날 꺼고, 어떤 말에 대꾸하는 것도 상대방의 상황에 맞추어 대꾸를 하고 싶어 할 꺼고, 비슷한 말로 만족하지 않고 정확한 표현을 하려고 노력할테니.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 차면 확 늘어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영어에 앞서 한국어를 잘하고자 하는 사람이 맞는지부터 생각해보게 된다. 왜냐하면 나는 한국어를 할때도 꽤나 버퍼링이 생기는 사람이라..

한국어의 버퍼링을 줄이고, 영어 표현의 버퍼링을 줄이고, 적절한 맛깔나는 표현을 하는 것을 즐기고, 상대방이 이야기 할때 적극적인 호응을 해주는 것.

그런 종합 예술이 완성되어야 내 영어가 만족스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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