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나 바쁜 날의 재택근무

집에서 맘편한 휴식을 취하고 싶다.

by 쉬는건 죽어서

재택근무의 사이사이 가족을 챙기겠다는 야심찬 생각은 가족의 릴레이 감염과 여름 휴가 후 몰려오는 업무로 인해 이상적인 꿈으로만 희미해져 가고 있다.


업무의 조정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날에는 일 하나 끝내고, 집안일 챙기고, 일 하나 끝내고, 가족 챙기고,, 하는 것이 가능했건만, 갑자기 쏟아지는 급한 일들이 생기니 아이들 질문에 여유있게 대꾸해 주는 것 조차 어려워진다. 당장 마무리해서 오전중에 보고를 해야 하는데, 그리고 그 후에 회의 준비를 위해 자료와 제반 조사를 해야하는데,,,,,, 아이들은 왜 내 말에 대꾸해 주지 않느냐며 삐진다. "야 (OO야~ 다정하게 부를 마음의 여유는 애당쵸 없다.) 엄마 바쁘다고, 안 보이냐고.." 정감있는 막말 대꾸가 몇 번 있은 후에야 아이들은 눈물을 찔끔거리며 투정을 멈춘다.


그런 오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개수대에 쌓여있는 그릇들, 아이들하고만 있는 단촐한 시간인데 대가족 수만큼 쌓여있는 컵들, 과자 부스러기가 밟히는 바닥,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늘어놓은 물건들.. 이 눈에 들어온다.


"아,, 기술이 발전하면 집을 정리해주는 로봇이 생길까." 미래 기술 발전에 헛된 기대를 걸어보며 한 숨을 푹 내쉰다. 과거에 상상하던 미래는 사람들이 날아 다니는 모습이었는데 아직 실현되지 않은 것 보면 우렁각시 로봇도 비슷한 꿈일수도 있겠다.

재택근무 중에 하루는 출근을 했다. 사내 식당에서 주는 당근 썰어넣은 계란말이, 물미역 무침, 진미채 무침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내가 메뉴고민하지 않고, 설겆이 하지 않아도 되는 식사가 사원증만 찍으면 내 앞에 놓여있다는게. 말라 비틀어진 애사심에 한껏 물 준 하루이다.


그리고 다시 재택근무가 시작한다. 이번에는 뒤늦게 릴레이 감염된 큰 아이 때문에. 또다시 납기에 쫓기는 일, 찡얼대는 아이, 챙겨먹여야 하는 엄마의 역할이 시작된다. 겁나 급한 일이 많은데 10년된 노트북은 마우스까지 잊어버리고 나홀로 덜덜거리며 CPU를 돌리고 있다. 오래된 친구가 좋다지만 이젠 서로 놔줘야 할 때인가보다.


노트북 모니터로 보면서 자료를 만들면 왠지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엑셀 계산도 제대로 되었는지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자신이 떨어진다. 밤에도 계속되는 연락에 노트북을 끌 수가 없다. 이래저래 부담스러운 재택근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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