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참 예측불허

조직개편 단행이 올려준 나의 불안감

by 쉬는건 죽어서

가기로 한 부서가 조직개편이 단행되었다. 내가 가기 2주 전에. 어느 정도 힌트는 있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했던 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이었고, 조금은 안정되었던 마음이 다시 부정맥을 의심할 정도로 나대고 있다. 유수의 경쟁사와 타 계열사를 벤치마킹해서 급격하게 시행이 된 이번 조직개편은, 그 곳들이 우리와는 사업구조가 다르고, 굳이 이렇게 할 필요나 명분이 임직원들은 이해가 안가는 상황임에도 경영진의 지시 한마디로 속전속결로 결정되어 버린 것이었다.


기존 예상은 전혀 생소한 업무지만 그래도 합리적인 조직장들과 영역이 정해진 업무 R&R이 있고 개인적인 조직분위기로 어느 정도 개인 생활이 가능한 부서였다면, 개편되어서 옮겨지는 부서는 군대식의 근면성실을 강조하는 조직장이 있는 데에다가, 전사에서 업무 강도가 가장 높고 가장 퇴사율이 높은 부서와 합쳐져 버린 것이다. 그래서 기존에는 정장 입고 명품 가방 들고 다니는 부서 분위기를 생각했다면, 지금은 회사 점퍼에 담배냄새와 한숨으로 찌들어 있는 부서 분위기로 급반전되어 버린 것이다.


내 머리속에는 다시 새로운 시나리오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누가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애를 데려오래? 모르는게 무슨 자랑이냐 XXXXXXX 라며 온갖 폭언에 시달리며 멘탈을 갉아먹는다. 또는 합쳐진 부서에 업무강도가 높으니 이쪽에서 사람을 좀 빼줘라며 새로 들어가서 어리버리하고 있는 내가 찍혀서 가게 된다 그래서 밤낮 할꺼 없이 아는 것 없이 탈탈 털려서 시체처럼 회사를 다닌다. 또는.. 험한 생각이 수도 없이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가서 망상의 바다에 빠져 있다.


그곳으로 가기 전 다른 부서로의 탈출을 꾀해 보아야하나 이곳저곳 생각해보았으나, 아직 시작도 한 일을 무서워서 도망가는 것을 받아줄 곳도 없고, 기회주의자로 비춰질 우려가 있어서 우선은 끌려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개미지옥일지라도...



조직개편이 발표된 이후로 매일 밤 새벽녘에 잠을 깨고 있다. 자려고 노력하며 의식을 몽롱하게 만들고 싶어도 갑자기 '조직개편' 생각이 나면서 모든 의식이 송곳처럼 날카롭게 서 버린다. 그리고 나면 다시 잠들기는 포기해야 하는 각성 상태가 되어서 몸이 너무 피곤한데도 결국 따스한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미라클 모닝을 위해 안 떠지는 눈을 겨우 부비고 일어났던 한두달 전과 달리 쉽사리도 미라클 모닝을 하고 있네... 하지만 시간을 보면 아직 3시도 채 되지 않았다. 내일을 생각하면 한 잠 더 자야하는데, 뾰족뾰족한 뇌에 잠 선물이 올 리가 없다.


오늘도 또다시 유튜브의 힘을 빌려야 하나보다. 수면 유도 영상과 잠이 오는 음악 ASMR을 찾아서 들으면서 잠을 청해본다. 복식 호흡을 하며 생각을 '당신은 잠이 옵니다~~~' 유튜브 소리에 집중하면서 생각의 끈을 놓아보려 한다. 그러다가 '조직개편' 생각이 들면 다시 원상복귀. 다시 한번 시작해 본다. 복식 호흡을 하며 '당신은 잠이 옵니다~~~'를 들으며. 아이코 다시 '개편', 다시 한번 시작해 본다. 복식 호흡을 하며 '당신은 잠이 옵니다~~~'를 들으며..... 결국 알람이 울린다. 아 거의 잠들 수 있는 타이밍이었는데. 결국 눈 시뻘겋게 일어나서 아침을 맞는다.




그래도 아침은 항상 아름답다. 새로운 해가 뜨고, 새로운 날이 펼쳐진다. 힘들었던 밤은 더 밝은 새로운 날을 가져다준다. 어둠이 깊은 만큼 밝음도 크다. 라는 말처럼. 아닌 날도 있었지만... 그래도 다시 잠들 수는 없으니까 일어나서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새로운 날을 맞을 준비를. 올해부터는 김미경쌤이 새벽 5시부터 진행하시는 미라클 모닝에 참여하고 있다. 오픈 채팅방으로 온 링크를 눌러본다. 이 불안한 마음에 확신이 가득한 미경쌤을 목소리는 한결 불안감을 낮추어 준다. 그렇지 이렇게 확신을 갖고 사는 사람도 있지. 다들 불안해 하는데 이렇게 사는 거지.. 라며 위안을 하며 아침을 맞는다.


뒤돌아서 뛸 수 없다면 앞으로 가야한다. 한달 버텨보고 안되면 이동 try 혹은 휴직계, 그때까지 버틸만하면 세달 버텨보고 안되겠으면 이동 try 혹은 휴직계를 가슴에 품고 불구덩이로 뛰어 든다. 낭떠러지면 바로 죽을텐데,, 이렇게 회사에서 옮기는 일이 이렇게까지 마음 졸일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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