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꼭 찾아가는 곳, 로컬마켓
코로나 전의 우리는 어딜 여행하든 꼭 찾아가는 장소가 있었다. 졔졔는 미술관과 유명한 전시회를, 희희는 로컬 시장을 일정에서 빼놓지 않았다. 어디를 가든 시간을 내서 들르는 미술관과 로컬 시장은 우리가 여행지를 가장 잘 이해하고 애정 하게 되는 시작점 같은 곳이었다.
온갖 현지 음식과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로컬 시장은 희희의 필수 코스이다.
희희의 로컬 시장 사랑은 시간을 거슬러 1년 남짓 살았던 인도에서부터 시작됐다. 친구와 집에서 멀리 떨어진 유명한 로컬 시장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처음 가는 길을 대중교통으로 가려고 했던 게 실수였다. 마냥 신이 나 출발했지만 시장에 도착하기는커녕 길은 잃고, 버스는 놓치고 (사실 무슨 버스를 타야 하는지도 몰랐다.), 심지어 엄청난 교통체증과 맞닥뜨리고 만 것.
그런데 이게 웬일, 지나가던 오토바이를 탄 아저씨가 내 행선지를 묻는 게 아닌가. 자기도 가는 방향이 같으니 괜찮으면 태워주겠다는 말과 함께! 나는 아무 의심 없이 오토바이를 얻어 타고 무사히 시장에 도착했고, 맛있는 시장 음식을 명치가 아플 만큼 먹고 집에 돌아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찔한 히치하이킹(?)이지만, 길을 잃어도 굴하지 않고! 모르는 사람의 오토바이를 얻어 탈 만큼! 희희는 로컬 시장에 진심인 여행인이다.
희희가 로컬 시장에 진심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그중에 가장 제일은, 현지에서 나의 힐링푸드를 찾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로컬 시장이기 때문!
디저트의 천국이라는 대만에서, 몸도 마음도 행복하지 않은 여행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먹는 음식마다 향은 낯설고 많이 먹을 수도 없었다. 겨우 입에 맞는 동파육을 찾아 먹었지만 그날 밤 심한 배탈이 났지 뭔가. 대만 맛집에 대한 기대를 가득 안고 떠난 여행이어서 더더욱 슬펐다. 평소에 어느 나라를 가든 잘 먹고 많이 먹는 내가, 향신료가 강하기로 유명한 나라의 음식들도 거뜬 없는 내가! 자존심이 막 상하려고 했다.
하루를 쫄쫄 굶은 다음 날, 결국 음식에 대한 기대를 버린 채로 야시장에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잊지 못할 힐링푸드를 만났다. 놀랍도록 저렴한 가격, 거부감 없는 맛과 향, 그리고 속까지 편하게 해 주던.. 메추리알 튀김!! (나중에 대만 친구에게 물어보니, 초등학생 때 학교 앞에서 사 먹는 어린이 간식이었다고 한다.)
화려한 음식들 사이에서 발견한 슴슴한 메추리알 튀김에 반해 그 자리에서 몇 개나 먹었는지 모른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유명한 식당에서도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지 못했었는데, 야시장에서 나의 힐링푸드를 찾은 것이다. 입과 속에 맞는 음식을 발견하고 나니 그 이후의 여행도 훨씬 매끄럽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이러니 로컬 시장을 사랑하지 않는 방법 같은 건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