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카엘

조용히 손 잡자고 내게 손을 뻗어준 책

by 봄여름가을동화

언젠가 부터 민음사책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책은 지인이 안 읽는다며 한 웅큼 담아 내게 건네준 책들 사이에 끼여있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조용히 나만 읽어 내려 가는 기쁨. 여기 나오는 미카엘이 자꾸 궁금해져서

퇴근하자마자 집에와서 펼쳐본다.


/ 미카엘은 생각에 잠긴 듯 빈 잔을 옮겼다.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저 깊은 곳에, 그의 온순함 저 아래에 있는 억눌린 듯한 냉소가 눈동자에 숨어 있었다./


/그는 너무 열심히 애쓰느라 불편해하고 있었다. 그의 그런 노력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 줄 수만 있다면. 내가 자신의 손가락이 매혹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사실도. 말을 할 수가 없었지만 침묵을 지키는 것도 싫었다./


/이 단어들을 얘기할 때 미카엘의 목소리는 깊고 절제되어 있었다. /


/당신은 행복한 사람인가 보네요. 내가 유쾌하게 말했다. 나는 웃었고 그 웃음이 무심코 내마음을 드러내었다./


/나만이 교육적 가치가 전혀 없는 사소한 것들을 주의 깊게 보았는데 예를 들면 화면에는 칼륨을 추출하는 기계 주위에 보잘 것 없지만 탄탄한 사막식물들이 끊임없이 등장했다. 환등기의 흐릿한 빛으로 나는 그 강사의 모습을, 팔과 교편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었는데 그는 내가 좋아하던 옛날 책 가운데 나오는 삽화 같았다. 나는 [모비 딕]에 나오는 목판화를 기억해 냈다.


/ 한나는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군요?/


/그는 교양 있는 아랍인이었고,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웨이터처럼 행동했다./


/아버지는 그들이 한 평범한 말들을 엄숙하게 되풀이하고는 그 말이 마치 희귀한 동전이라도 되는듯이 되짚어보셨다. 아버지는 삶이란 사람이 교훈을 찾아내야하는 수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항상 그들의 말에서 숨겨진 의미를 찾았다. 아버지는 주의 깊은 사람이었다./


/나는 숨을 몰아쉬면서 내 숨이 그의 숨결과 섞이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의 외투 옷감은 결이 거칠고 묵직했으며 만지면 기분이 좋았다. 나는 장갑이 없었고 미카엘은 자기 것을 끼라고 우겼다. 거칠고 닳아빠진 가죽장갑이었다./


/우리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잠시 동안 서 있었다. 우리는 그저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사실만 알았다. 비는 멈췄고 공기는 차가워지고 있었다. 나는 그 추위를 참을 수 없었다. 몸을 떨었다. 우리는 물줄기가 하수구를 따라 내려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길은 반짝거리고 있었다. 아스팔트는 자동차 전조등의 노란 불빛 조각을 반사했다. 내 마음속으로는 생각의 파편들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_ 어떻게 하면 미카엘을 조금 더 붙잡아둘 것인가/


/그는 원하면 아주 강해질 수 있었다./


/ 그의 말들은 나를 달래어 시에스타가 끝났을 때의 평온함으로 이끌어갔다. 황혼녘, 시간은 온화하게 느껴지고 나도 주위의 사물도 부드러울 때에 잠이 깨는 그런 평온함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을 다 읽고 쓰지만, 난 읽기 전에 써 본다.^^

여행도 다녀왔을 때보다 가기 전이 더 설레이는 것 처럼~책에서 그 맛을 찾아본다.


심장 근처의 핏줄들이 요란하게 연주하는 그런 느낌을 주는 , 콧 속 깊은 홀에 들어갔다 나오는 신선한 공기가 목 청 뒤를 간지럽히는 그 느낌이 조금 느껴지는

[나의 미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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