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에서 아이를 읽다

2024 대입 수시 접수에 대한 소고

by 부키

2024 대입 수시 원서 접수 마지막날입니다. 이미 많은 대학들이 마감을 했고, 오늘(9/15)까지 모집하는 대학이 남아 있어요. 오늘이 지나면, 전반적인 지원 현황 등을 분석하는 기사를 볼 수 있겠지요. 이미 마감된 주요 대학들의 지원 현황을 다룬 기사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30914157700530


주요 내용은 경쟁률이 올랐다는 것이에요.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올해부터 자소서와 추천서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미 대입 수시 입시를 치러본 분들은 아실거에요. 자소서의 허들이 상당이 높다는 것을요. 자소서 못 써서 접수 못한, 접수 안한 사례가 지인의 아들에게 있기도 하고요. 물론, 어떻게든 쓸 수 있겠지만, 마음을 다하지 못한 자소서는 제출하기에 꺼려지거든요.



올해는 자소서와 추천서가 없어지고, 생기부도 간소화 되어 "한 번 넣어볼까?"라는 마음이 동하기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다시말해, 이미 대학에 진학했지만, 재도전 해보고자 하는 '반수생', 정시를 준비하며 재도전을 준비하는 선배들 중, 서류만 내면 되니 도전해보자 생각하는 'N수생', 6장의 원서를 사용하는 것에 부담이 없어진 '재학생' 등, 모두에게 기회가 되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각종 입시 설명회 등의 예측에는 그보다 더 좋은 호재가 있었으니, 대학의 정원, 특히, 이공계열의 정원이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3의 정원은 줄었다는 것이고요. "올해 고3은 정말 행운이다!"라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들은 것 같아요. '그 행운이 나의 것이 되느냐'는 별개의 문제인 것을 원서 마감 후에 실감하지만요. 그 당시에는 희망회로를 돌리게 되지요.



우선, 서울대에 '첨단융합학부'가 생기면서 학부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거의 1000명에 가까운 정원이 늘었어요. 그 외 주요 대학들의 첨단 분야 이공계열 정원이 늘었습니다. 계약학과라고 하는 반도체, 통신 등 정원 외 정원이 늘었어요. 이런 사항들은 원서를 써야하는 당사자들에게는 엄청난 굿뉴스입니다. 준비를 하는 모두에게 그랬을 거에요. 문과 침공도 덜 할거라 예상했고요. 그래서 어디가 '구멍이 날건지'가 관심이었습니다. ('그 빈 곳을 찾아 줄께!' 컨설팅은 그래서 필요한거야!... 속을 뻔 했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여니 비어 있는 곳 없이 잘 채워졌습니다. 틈이 없더라고요.




그리고, 여전히 자소서와 추천서를 제출해야 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공계 특성화 대학들입니다. 과학기술원들이 그래요. KAIST, UNIST, GIST, DGIST, KENTECH 등의 학교들입니다. 자소서와 추천서를 모두 내야 하는 곳도 있고, 자소서만 요구하는 곳도 있습니다. 진로가 명확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올 해 저의 막내도 이 곳에 원서를 냈습니다. 자소서를 열심히 쓰면서 준비했어요.



자소서를 열심히 쓴다는 것은 그저 조금 미리 준비했다입니다. 과거 경험으로 봤을 때, 2학기를 시작하면서 쓰는 자소서는 아무래도 급하게 진행됩니다. '방학에 최소한 초고 작업을 하고, 초안이지만 추천서 선생님께 드리는 것을 목표라 하자' 이야기 했어요. 방학 중에 추천서를 쓰는 선생님은 계시지 않아요. 하지만, 아이의 정성과 준비를 아시게 됩니다. 그리고 한 번 더 생각할 기회를 드리게 되는 것이라 생각해요. 미리 준비하는 마음입니다.



자소서를 방학에 미리 써 본다는 것은 부모와 함께 정리 할 시간을 갖겠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그래도 한 번 읽어주면서 그동안 무심하게 지나버린 아이의 학교 생활을 알게 되거든요. 개학 후, 학교에서 쓰게 되면, 시기도 그렇고, 긴장감도 더 해서 부모가 관찰하게 되는 것이 쉽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방학에 초안을 써보도록 권유했었습니다.




"3년을 어떻게 버티며 여기까지 왔는지 기억하며 써라."는 학교 선생님의 말씀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래, 그 마음 하나면 되겠구나.' 방향을 잡은 것 같았어요. 원서 접수를 진행하면서 완성된 자소서를 읽어봤어요. 자신의 진로에 대해 얼마나 깊이 고민했는지, 얼마나 관심과 열정이 있는지에 대해 잘 써놓았습니다. 관심의 대상을 찾고, 열정을 가지게 되고, 진로로 하기 위한 일련의 활동들과 공부를 담았습니다. 읽어보는 내내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알게 되었어요. 많이 감사했습니다. 비로서 우리 아이를 알게 된 것 같았습니다. 더 이상 부모가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는 것도 새삼 깨달았어요.


물론,

자소서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학교 성적입니다. 자소서로 뒤집을 수 없는 막강 요소입니다. 하지만, 그 밴드를 어떻게 설정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죠.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할 수 밖에 없어요. 그리고, 어디에는 나의 행운이 있을 것이라 믿는 수 밖에요.


지나고 보니, 과정에 충실했던 아이들은 어디에서건 자리를 찾습니다. 어른들도 그렇지 않나요? 지금 내가 보내는 시간이 5년 후, 나의 본질을 이루는 것에 부합한 노력인가 고민해보라 하잖아요. 그 과정을 5년 지내면, 나의 본질에 다가 있다는 의미겠지요. 그러니 중고등 6년의 과정을 단단하게 보낸 아이라면, 스스로의 미래에 대한 시작을 하는데 부족함이 없으리라 믿어요. 출발을 어디에서 하는것에 상관 없이요. 내가 있는 그 곳에서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이겠죠.



그리고, 단단하게 잘 지내왔음을 아이의 자소서에서 알았습니다.

자소서에서 아이를 읽었습니다.



이젠 믿고, 응원만 하면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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