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잔소리를 하고 말았다.

'수학이 낭만이라며!'

by 부키

올해 내가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막내의 대학입시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나, 너는 너, 알아서 하라는 말을 하기에는 우리나라 대학입시가 만만치 않다. 혹자는 엄마가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우리나라 대학입시라고 한다. 닥쳐서 생각하려면 너무 막막하기도 해서 컨설팅을 찾게 된다. 그때에도 엄마가 얼마나 알고 가는지에 따라 컨설팅의 내용과 수준이 달라지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미 몇 번의 입시 경험이 있기에 그다지 급하게 서두르진 않지만, 시기마다 꼭 챙겨야 할 것이 있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아이의 생기부를 꼼꼼하게 읽어보았다. 예상했던 방향으로 생기부가 채워져 있었고, 부족하다 생각한 부분 역시 여전히 비워진 상태다. 남은 기간, 고작 2-3개월에 모두 채우는 것은 욕심이다. 꼭 필요한 것을 주문해 놓고 있지만, 아이는 알아들은 티를 말로만 다한다.


대학마다 입시 요강이 나오고, 설명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때에는 아이와 진지한 대화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아이의 진로의사를 파악해야 한다. 원서를 쓸 시점에서 고민한다는 것은 아무 데나 가는, 그래서 아무 데도 못 가는 상황이 생길 수 있음이다. 미리 고민한다고 크게 다르진 않겠지만, 최소한 고민의 방향은 정할 수 있다. 나중에 뒤통수 맞지 않기 위한 행동요령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며칠 전에 아이와 나름, 진지한 대화를 나누며 희망진로를 파악해 보았다. 엄마에게는 '혹시나' 하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었고, 아이에게는 '의외네'라는 것들을 알려 주는 시간이다. 아이는 엄마에게 1순위로 고려하는 진로, 진학을 원하는 학과 선택의 우선순위를 알려 주는 것이고, 엄마는 아이에게 다른 길도 있음을, 고려할 만한 것들이 많이 있음을 알려 주는 시간이다.


그렇게 대화를 나눈 우리 모자는 아이의 한 마디로 모든 것이 정리된 분위기다.


엄마, 수학은 낭만이지.



수학을 낭만으로 보다니, 수학 공부의 맛을 제대로 알았다고 보인다. 낭만 없으면 못 할 공부가 수학이다. 수학에서 어떤 낭만을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은 지금은 논외다. 수학 공부를 제대로 해보면 알 수 있는 낭만이라 해두자. 낭만 닥터 김사부도 이야기하지 않는가. 그의 업에서 최고의 상태를 느끼는 것을 낭만이라고.


그럼에도 수학을 전공한 엄마 입장에서는 반갑기도 하고, 난감하기도 하다. '순수 수학은 너무 어렵다. 이제 공부할 것이 그리 많지도 않을 걸... 응용 수학은 괜찮을 수도 있어.' 정도의 당부만 남긴다. '다른 가능성도 열어두자. 수학을 활용하는 곳은 얼마든지 있으니.' 진짜 마지막 당부였고, 아이도 알아들은 눈치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수학이 낭만이라며!' (속으로 외침!)

"수학 점수 알려 줘!, 그래야 뭐든 가늠을 하지!"

"알려주고 싶지 않은데..."


'수학이 낭만이라며!!!!'(심호흡과 함께 외침, 속으로)

"그 정도야? 허걱!"

.

.

.

.

"이제 그만 통화를 끊겠습니다."


대화 사이에 오고 간 것은 물론 엄마의 잔소리다.

그런다고 달라질 것이 없음에도 잔소리가 나왔다.


근데 뭐... 내 탓인가.

낭만 타령 한 네 탓이라고!


낭만을 말로만 하면 허풍이 된다는 것을 어떻게 알려줄까...

어쩌면, 절대 엄마가 이길 수 없는 게임에서 이겨보겠다 용쓰고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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