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기록

너무 과해!

이프로 부족해!

by 부키

우거진 나뭇잎 사이로 하늘이 보여요. 하늘은 조금 보이고, 나뭇잎은 무성합니다. 하늘을 보기에는 부족해요. 다시 말해, 나뭇잎이 너무 많아요. 하늘을 보기에 적당한 때가 있었을까요? 아마도 지난 세월의 어느 시점에 지나갔을 거예요. 미처 알아보지 못했을 그 시점이지요. 과함과 부족함의 사이에서 중용을 찾는 그 시점이요.



요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더라고요.


"너무 과해!"


넘치는 것 같으니, 덜어내자는 의미입니다. 너무 요란하니, 적당히 자제하자는 뜻일 거예요.



요란한 사람이 있습니다.

언제나 자기변명이 과한 사람, 언제나 자기 과시가 넘치는 사람이에요. 과한 변명이 오히려 의심을 하게 합니다. 자기 과시가 넘치니 그 진실이 더욱 궁금해요. 왜 저렇게까지 변명을 해야 할까, 저렇게 드러내고 싶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너무 과해...'라는 말이 나오게 해요.



반응이 너무 과하다 여겨지는 사람이 있어요.

각종 행동이나 대화에 여지없이 격한 반응을 해 줍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응원과 위로, 공감과 동의를 열심히 합니다. 하지만, 정작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아요. 감정적인 지지만 해주고,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도구적 지지는 안 하는 사람입니다. 다시 말해, 말로는 세상 둘도 없이 다정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진 않는 거죠. 반응만 있는, '너무 과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유형입니다.



일상에서 나를 돌아보면 스스로의 과잉행동에 놀라기도 합니다.

불필요한 소비를 할 때 그렇죠. 굳이 이렇게 많이 사지 않아도 되는데... 라며 너무 과해.

필요 이상의 친절과 배려를 베풀면서 생각해요. 너무 과한가?

그리고 아아에게 이런저런 주의 사항을 전달하면서도요. 내가 너무 과하지...

그뿐일까요? 갖은 조언을 한다면서 '그건 너무 과해!'라는 말이 수시로 나옵니다.



하지만, 그전에는 늘 하던 말이 달랐어요.


"이프로가 부족해!"


온통 부족한 것만 보였지요. 얼른 부족함을 채우자는 생각이었을 거예요.



도통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 안 하는 사람이 있어요.

왜 못했는지, 왜 못 왔는지, 설명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타인을 이해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없어 보이는 경우지요. 자신의 장점이나 좋은 일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드물어요. 그렇다고 소통 능력이 없지도 않지요. 그저 자주, 궁금하게 하는 사람입니다. '이프로가 부족해...'라고 여기게 해요.



도대체 반응이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맡은 바 책임은 다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감정적 소통이 없는 경우예요. 반응의 화학작용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람입니다. 그래도 필요한 경우에는 잘 도와주는 사람이에요. 감정적 지지만 조금 더 하면 참 좋을 텐데 생각해요. 이프로가 부족합니다.



나 스스로의 이프로 부족함은 너무 많아요.

'그냥 사 올걸, 결국 필요할 거면서, 선택을 못 해서', 이프로 부족해.

'이왕 마음을 쓰는 건데 마무리까지 잘할 것을', 이프로 부족해.

'조금 더 자세히 알려줄걸'. 이프로 부족했네.



그러니까요.

양(+)의 방향으로는 과함이, 음(-)의 방향으로는 부족함이 설정된다고 했을 때, 중심에 '0'이 있을 건데요. 그 자리에 가 있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과함과 부족함 사이에 존재하는 '중용'에 자리하기가 쉽지 않아요. 분명 연속성을 기반으로 과함과 부족함을 넘나 든다면 기준점 '0'을 지나야 하거든요.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동안에 나의 중용도 있었겠지요. 찰나의 순간이었을까요.



넘치는 것보다는 모자라는 게 나을까요?

부족한 것보다는 남는 게 나을까요?

넘치는 것의 이면에는 부족함이 있고, 부족한 것의 반대에는 과한 것이 있습니다.

서로 연결되는 지점이 있어요.


'너무 과한 것'과 '이프로 부족함' 사이에서 '중용의 범위'를 생각해야겠습니다. 생각은 조금 밀도 있게, 행동은 조심해서 하면 그 범위에 머물러 있겠지요. 과하게 듣고, 부족하게 말하면 그 범위를 벗어날 확률이 줄어들겠지요.


옛 선인들도 '중용'이 가장 어렵다 했답니다.

'중용'을 지키는 것을 살아가는 지표로 삼아도 좋다는 의미 아닐까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정체가 궁금했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