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기
로봇의 길을 방해하지 맙시다!
요즘 음식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홀서빙 로봇입니다. 음식을 가져오고, 빈 그릇을 가져가는 일을 해요. 로봇이 지나가기에 적당한 공간의 여유로 테이블을 배치하고, 홀에는 손님 이외에 직원이 거의 없는 광경을 종종 봅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점심을 먹으로 애OO에 갔더랬어요.
이곳에도 빈 접시 치우는 것을 로봇이 하고 있었습니다. 테이블에 있는 호출 버튼을 누르면, 로봇이 천천히 움직여 옵니다. 테이블 옆에 멈추면 접시를 빈 트레이에 옮기면 돼요. 언제부터 이렇게 바뀌었는지 모르겠어요. 아주 오랜만에 갔거든요.
"아휴, 로봇에 방해되니까, 의자 치워!"
어떤 할머님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가방에 걸리겠네, 쟤 일 잘하게 정리해 주라고!"
함께 웃으시면서 주변을 정리해 주시는 분들이 계셨어요.
능숙하게 접시를 정리하고, 종료 버튼을 눌러 로봇을 보냅니다.
키오스크를 어려워하는 노인이라니요.
로봇쯤 거뜬히 부르고 보낼 수 있습니다.
그분들의 대화가 유쾌해서 사진 몇 컷을 찍었어요.
주위의 테이블에도 비슷한 연배의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이곳에서 지인분들과 모임을 하시는 듯 보였어요. 이 역시 의외인 모습이었어요.
"요즘은 나이 드신 분들도 이런 곳에서 모임 하시네?"
함께 간 막내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그제야 아이도 주위를 둘러보더니 동의를 하더라고요. 서울 시내의 음식점이지만, 미리 예약한 손님을 배치하는 공간에는 노인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직접 예약하셨을 수도 있고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오셨을 수도 있겠어요.
무엇이든 제가 익히 알던 노인과는 많이 다른 모습입니다.
"엄마도 나중에 더 나이 들어도 이런데 와야겠다. 좋아 보이지 않냐?"
좋아 보였습니다.
젊은 사람들 틈에서 자리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테이블을 차지하고, 로봇을 마음대로 조작하고, 유쾌하게 대화하시는 모습이요.
송영길 작가님의 <시대예보ㅡ핵개인의 시대>를 읽어보면,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는 방식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데요.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근근이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받게 됩니다.
흔히 말하는 소확행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중년의 나이를 지나는 우리 세대는 가운데에 대차게! 끼어있는 세대입니다. 부모를 봉양하는 마지막 세대라고 해요. 자식에게 봉양을 바랄 수 없는 첫 세대라고 합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노력해서 경제적 자유를 얻겠다는 것을 사회가 용납할 것 같지도 않고요. 대대손손 누리는 부를 쌓겠다는 마음도 어불성설입니다.
개인으로 살아가기에 노력해야 하는 시대인으로서, 과한 욕심은 오히려 생활을 궁핍하게 할 뿐이에요.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근근이 잘 살아가려는 마음, 어쩌면 인생을 대하는 가장 지혜로운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면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하고, 근근이 살아가기 위한 베이스는 마련할 노력'을 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네요.
요즘 트렌드 책을 몇 권 함께 읽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의 시각이라 그럴까요. 묘하게 연결되는 점이 있어요. 나름의 인사이트가 되기도 합니다. 2024년을 전망하는 것이 단지 한 해의 예보를 위함은 아닐 겁니다. 그렇게 단정할 수 없는 것이 시간의 흐름이니까요.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는 물줄기의 방향을 보고자 함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로봇과 친근한 노인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해요.
반려 로봇을 데리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