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을 부르는 철학책
p12. 철학은 지식체계가 아니라 하나의 사고방식, 이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이다. '무엇을'이나 '왜'가 아니라 '어떻게'다. 우리를 붙들고 놔주지 않는 것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처럼 어떻게를 묻는 질문이다.
p11. 우리 동네 서점에는 '철학' 섹션과 '자기 계발' 섹션이 붙어 있다. 고대 아테네의 '반스 앤 노블'에서는 이 두 섹션이 하나였을 것이다. 그때는 철학이 곧 자기 계발이었다 그때는 철학이 실용적이었고, 철학이 곧 심리 치료였다. 영혼을 치료하는 약이었다.
p460. 프랑스의 자랑스러운 지식인 보부아르는 '잘 늙어갈 수 있는 열 가지 방법' 같은 목록은 절대로 만들지 않을 것이다. 자랑스러운 사람도 아니고 프랑스인도 아닌 나에게는 그런 거리낌이 없다.
1. 과거를 받아들일 것
2. 친구를 사귈 것
3. 타인의 생각을 신경 쓰지 말 것
4. 호기심을 잃지 말 것
5. 프로젝트를 추구할 것
6. 습관의 시인이 될 것
7. 아무것도 하지 말 것
8. 부조리를 받아들일 것
9. 건설적으로 물러 날 것
10. 다음세대에게 자리를 넘겨줄 것
소일거리가 아닌 프로젝트를 가져라.
노년의 그때에도 나에게 업무가 있었으면 한다.
매일 24시간을 치열하게 사는 열정은 아니라 해도,
내가 힘을 쏟고 성취하기 위해 애쓰는 무엇이 있었으면 한다.
지금의 프로젝트 같이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매일 조금씩 이루어 갈 수 있는, 이루지 못해도 지속할 수 있는 그런 업무, 프로젝트면 충분하다.
나이 든 사람의 열정은 조금 달라야 하지 않을까?
치기 어린 젊은 사람의 날것의 열정은 너무 버거울 터.
지속 가능한 힘을 가져야 한다.
보부아르는 수동의 대척점에 열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열정은 반드시 외부로 표출되어야 한다고 한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영향을 주고받으며 나를 지탱하는 업무를 해야 한다.
이제부터 인생 후반기에 들어간다.
잘 늙어가기 위한 루틴을 마련하자.
좋은 루틴을 갖는 것이 삶을 풍요롭게 하고,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좋은 습관을 미리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4시간이 너무 지루하게 지나간다.
노년의 루틴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지금 시작한다.
작가가 딸 소냐에게 쓴 마무리 글이 많이 와닿는다.
나도 어디 한 켠에 아들들에게 남기는 글을 남겨두고 싶다. 나 자신에 대한 질문과 성찰, 인생을 경이롭게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마음,
나에게 남기는 편지가 될듯하다.
오랜만에 철학책을 읽었다. 철학책이라기보다는 철학 교양서. 매일 나누어 읽으며 가장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철학은 실용서임이 분명하다.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실마리를 준다. 이제야 철학책을 읽는 이유를 실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