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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기록

AI로 대체되지 않을 '권위'는?

본능적 권위

by 부키
현재 권위가 있다고 여겨지는 이들이 AI가 상용화된 시대에도
여전히 현재와 같은 권위를 가질 수 있을까?

요즘 읽고 있는 책 중에 <미래 관찰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라는 책이 있다.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 미래 세대 토론회'가 뽑은 10개의 키워드를 소개하고, 설명하는 내용이 담긴 책이다. 이 책의 주요 저자들은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이다. 2022, 2023, 2개년에 걸쳐 5개씩, 10개의 키워드를 선정하였다. 2022에는 화두가 메타버스였다면, 2023에는 당연하게 AI가 전반에 있다.


MZ 세대의 글이어서 그런가, 매우 참신하고, 특히 사고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렇게까지 고민하나? 이 정도로 위기를 느끼나? 이런 관점을 가지고 있다니 놀랍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세대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읽고 있다. 그중에서, 권위에 대한 부분이 많이 와닿아 정리하려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권위를


1. 남을 지휘하거나 통솔하며 따르게 하는 힘,

2. 일정한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신


이라고 정의한다.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그들의 권위에 따라 믿고 따르려 하는, 신뢰를 보내고, 행동 기준으로 삼으려 하는 권위의 사람들이 있다. 교수, 학자, 평론가, 의사, 판사, 정치인, CEO, 그리고... 인플루언서?


책에서는 권위를 지적 권위, 계약적 권위, 본능적 권위 세 가지로 분류한다.


지적 권위는,

지식 정보의 차이에서 오는 권위로 누군가의 믿음에 영향을 끼치는 권위이다. 교수, 학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사람들은 이들이 대중보다 참된 지식을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을 믿는다.


계약적 권위는,

누군가의 사회적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권위이다. 경영인, 대통령과 각료들이 여기에 속한다. 사회 계약을 통해, 경영권을 위임받거나, 주권을 양도받는다. 계약에 의한 권위는 법, 제도적인 계약도 포함한다.


본능적 권위는,

타고난 본성, 본능에 호소하는 권위를 말한다. 이성적 본능이 아닌 생물학적 본능을 말하는 것으로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위험을 회피하며 생존을 꾀하려는 일련의 행위와 욕구를 포함한다. 물리적인 힘이 세거나, 외모가 아름답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인기가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권위를 갖는 사람들이다.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것을 권위의 원천으로 하고 있다.




지적 권위가 Al에 대체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바이다.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AI의 등장은 이미 눈앞에서 실현되고 있다. 챗GPT의 등장으로 단순히 지식을 저장만 하고 있는 사람들의 권위는 더 이상 힘을 갖지 않을 것이다. 또한, 지식을 창출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보이는 오류는 스스로 권위를 내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인공지능이 과정의 투명성을 담보한다면, 지적 권위는 대체되는 처음 사례일 것이다.


계약적 권위는 비용과 능률의 면에서 살펴봐야 한다. 하위 직급자보다 많은 비용과 책임을 갖는 상위 직급자들의 도덕적 해이나 고비용의 부담은 인공지능이 발전함으로써 대체하기 원하는 권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것이 있으니, 질문과 선택을 하는 권위이다. 인공지능은 창발적 질문을 하는 능력이 없을뿐더러,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도 단지 알고리즘에 의해 가능하다. 비교할 수 없는 대상들 사이에서는 선택에서 오류가 날 것이기에, 이러한 경우에는 인간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다시 말해, 질문과 선택을 하는 권위는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는 전망은 설득력을 갖는다. 그럼에도, 흔히 말하는 '돈은 많이 가져가는데, 뭐하는지 모르겠는 사람'은 앞서 말한 자질이 부족할 시, 대체될 것이다.


하지만, 본능적 권위는 이들과 구별된다. 본능적 권위를 따르는 것은 인간의 직관과 감성, 다시 말해 본능을 자극하는 원초적인 인간성을 갖고 있다. 외모, 인기, 자산, 무력 등 인간 본성으로부터 나오는 신뢰는 인공지능을 향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까, 소위 말해 '인기 있는 사람'이다. 그들이 갖고 있는 권위가 본능적 권위이다. 예전에 '역행자'의 작가 '자청'의 북콘서트에 간 적이 있다. 출판사의 초청으로 갔었는데, 사회를 유튜버 (구) 신사임당, 주언규 씨가 진행하였다. 입장 전부터 대기 줄이 엄청 길었던 것은 당연하다. 그 줄에 특히 젊은 세대, 20대의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적 권위도 아니고, 계약적 권위도 아니다. 그저 작가일 뿐이라고 하기에는 그의 권위, 그들의 권위가 세 보였다. 바로 그들이 획득한 부와 그 비결이 궁금했던 것이다. 그것이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고 그들에게 권위를 부여한 것이다.


매일 자신의 일상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는 것으로 엄청난 팔로워를 갖는 인플루언서들이 많다. 아니, 많다고 알고 있다. 지적인 우위에 있지도 않고, 나와 계약관계가 있어서 권위를 부여받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가 좋다고 하는 제품에는 무한 신뢰를 보낸다. 그가 다녀온 공간은 핫플이 된다. 강력한 권위이다.


이렇게 본능적 권위를 갖는 사람 중에 으뜸은 연예인일 것이다. 혹은 운동선수들. 아이돌, 배우, 유명 스타플레이어 등은 그 어떤 지적 권위자, 또는 계약적 권위자들보다 훨씬 강력한 권위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 대중이 부여한 권위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직업들에 대한 리스트가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단순히 지식을 많이 쌓아 활용하는 직업은 대체된다고 한다. 지적 권위자들의 영역이다. 가성비면에서 떨어지는 상위 직급자들 역시, 고도의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기 쉽다. 계약적 권위자들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가수를 우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 같지 않아서이다. 인공지능이 쓴 소설 역시, 어딘가 허전한 면이 있다고 한다. 사람의 깊은 감성을 건드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인공지능도 발전할 것이다. 아니, 진화할 것이다. 보다 인간스럽게. 하지만, 인간의 본능, 본성을 행하는 진화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그 본능을 알고리즘으로 구현할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영원히 비밀의 영역으로 남을 인간의 본능.


가수가 될 수도 없고, 갑자기 운동선수가 되는 것도 불가능하고, 하루아침에 수백억 대 자산가가 되는 것은 더 요원하다. 그렇다고 낙담할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는 요인은 수도 없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나의 본능적 권위를 찾아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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