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룰루 밀러 (지은이), 정지인 (옮긴이)
출판 곰출판
발행일 2021-12-17
카테고리 국내도서> 과학> 기초과학/교양과학
북클럽 ; 책마중, 5월
명민하고 선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호흡, 모든 걸음마다 우리의 사소함을 인정해야 한다.
다윈이 신을 없애버리기는 했지만, 자신의 추구는 여전히 고귀한 일이라고 여겼다. 그는 자연의 사다리의 형태, 그러니까 모든 동물들과 식물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지위가 정해져 있는지를 드러내 줄 가장 높은 청사진에 대한 추적을 계속 이어나갔다. 다만 이제는 그 질서를 만드는 것이 신이 아니라 시간이라고 믿는 점만 다를 뿐이다… 아직은 미지의 한 조각에 불과한 새로운 물고기를 한 마리 한 마리 잡아가고, 새로운 이름을 붙일 때마다 믿을 수 없는 도취적인 감정이 몰려왔다…그 사랑스러운 질서의 감각, 이름이란 얼마나 좋은 위안인가.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한 문장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책을 펼쳤어요. 우린 여전히 물고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이들 그림책에도 오색 빛 무지개 색 물고기가 있지요. 물고기를 추적하고 이름을 붙이다가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음을 인정해야 하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우월하다고 여기는, 우월해지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 한 사람과 또 한 사람의 이야기예요. 두 명의 공통점은 어린 시절 ‘너는 중요하지 않아’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받은 것입니다. 물론, 그 이유는 다르지만요.
데이비드 스타 조던과 룰루 밀러, 두 사람의 시점으로 얽힌 이야기는 처음에 난해 하게 읽힙니다. 함께 읽으신 분들이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각 챕터별로 누구의 시점 인지를 인지하고 읽으면 마치 두 가지의 이야기를 접하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 안에서 두 주인공의 교집합과 그것이 분리되는 과정은 자못 압도적이지요. 그리고, 그 속에 존재하는 물고기, 우생학 등에 대해 생각해 보는 좋은 책입니다.
크게 두 가지 핵심이 있습니다.
하나는,
'그릇된 자기애'에 빠진 사람의 단단한 신념이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인간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고요.
또 하나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겸허한 진실입니다.
두 개의 길을 따라 책을 읽다 보면, 마지막에는 하나의 길로 합쳐집니다. '삶의 질서란 무엇일까?' 하는 거예요.
이미 규정되어 버린 나의 삶이라 여겨지는 상황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반면, 질서를 파괴하고 재 창조하기 위해 인간의 어두운 면만 키워지는 사람이 있어요. 자연의 일원으로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를 계층의 사다리에 세우고, 스스로 최상위에 오르고 싶은 욕망, 우월함의 기준을 만들어, 그에 미달하는 존재를 제거하려는 오만, 인간이 만들어 놓은 자연의 질서는 그 사람을 파괴합니다.
그리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하등 하게 다루는 어류가 사실은 다른 동물들과 유사한 면이 있고, 하물며, 인간과도 골격이 비슷하다는 것을요. 따로 떼어 계층의 밑에 위치시킬 명분이 없습니다.
한 권의 책을 2주 동안 읽는 독서모임입니다. 첫 주, 읽는 중에 만나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글의 전개가 어렵기도 하지만, 가장 많은 대화가 이루어진 것은, 주인공들의 행동입니다.
"왜 조던은 깨진 물고기 표본을 그렇게 다루게 되었을까요?"
"삽화로 들어간 조던을 상징하는 이 그림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조던은 어쩌다가 그런 사람이 되었을까요?"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은 상태에서는 인물에 대한 탐구가 압도적이었어요. 주위에서 보기 힘든, 하지만, 있을법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자연과 하늘과 별을 사랑했던 소년이 그릇된 욕망과 오만함, 자기애로 똘똘 뭉친 어른으로 성장한 것이 안타깝고 궁급했거든요.
하지만, 두 번째 주에 만나서는 우리가 아는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과 우생학이라는 분야에 대한 충격도 컸습니다.
"그래서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잖아요?"
"지금까지 우리가 말한 물고기는 그럼 뭐래요?"
"우생학이란 게 정말 끔찍하네요.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평가하여 물건처럼 취급할까요?"
5월에 읽은 책이지만, 지금까지 가끔 이야기되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혼자 읽었다면, 작가의 의도를 알아차리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과학책이라는 장벽도 있고요. 전문 용어에 압도되어 주춤거리는 것을 방지하는 것도 함께 읽기의 장점입니다. 먼저 읽은 사람이 약간의 가이드를 주면 훨씬 수월한 독서가 됩니다.
"그 부분은 일단 넘기고 읽어도 괜찮더라고요."
"뒤에 가면 퍼즐이 다 맞추어집니다."
오늘도 역시, 함께 읽고 나누어 주신 분들의 후기 몇 개를 공유하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오로지 인간만이 중요하다 생각하고, 인간을 최상위 위치에 놓기 위한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절대적인 신념은 위험하다.
"좋은 과학이 할 일은 우리가 자연에 “편리하게” 그어놓은 선들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당신이 응시하는 모든 생물에게는 당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할 복잡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우리는 중요해요. 우리는 중요하다고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이 지구에게, 이 사회에게, 서로에게 중요하다. 이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질척거리는 변명도, 죄도 아니다. 그것은 다윈의 신념이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살아가며 내 생각만 고집하거나 어디 한 곳에 지나치게 치우치는 사고는 극단으로 갈 수 있음을 안다. 인정하고 또는 우주에서 먼지만큼 작은 존재이기도 하지만 나는 중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삶을 살 것이다.
작가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조금 난해하면서도 재미있는 책, 마치 소설을 읽는 듯 빨려 들게 되는 매력이 있기에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름이란 얼마나 좋은 위안인가, 이름을 부여하여 질서를 만드는 인간의 노력은 절대 무의미하지 않다. 단, 질서에 집착하여 인간성을 상실했을 때 얼마나 무섭고 잔인해질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그 잔인성이 사회적 지위나 권력 따위에 가려져 있을 때, 더 끔찍하다.
작가는 우리가 바라보는 모든 존재들이 결국은 허상일 수도 있고, 우리가 세운 질서들이 결국은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라는 사람이 질서를 중요시하며 살고 있고, 질서에서 벗어나는 것을 불편해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나 다행인 것은 작가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깊이 알게 되었다는 것. 작가의 모든 생각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공감할만한 내용이 참 많았다.
인생의 길을 잃은 작가는 타인의 삶에서 길을 찾고자 한다. 데이비드의 삶을 책과 글을 통해 찾아간다. 책을 열었을 때 그의 빛나는 삶과 올곧은 업적의 글을 믿어 의심치 않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과학적 결론의 도출로 그녀는 그녀의 삶을 살게 되었다. 삶은 이런 것이라 분류되는 것이 아니다. 과학적 근거가 아니었다면 새와 공룡을 누가 가깝다고 생각했던가? 성정체성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는 삶을 가지게 되었다고 느낀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인해 그녀를 그녀의 삶을 같은 선상 위에 놓아둔 것이리라.
개인적으로 책리뷰를 작성한 것이 있어요. 책이 궁금하신 분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https://brunch.co.kr/@heekang/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