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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칼 Dec 08. 2023

관계 돌봄

서로에게 기대고 돌봐주는 것

며칠 전, 함께 온라인 독서 모임을 하시는 회원분이 우리들의 단체카톡방에 대화를 남기셨어요. 


"우리 '책마중' 멤버들에게 작은 선물을 보내드리고 싶은데요. 올 한 해 '책마중' 덕분에 독서에 입문해서 여러분들도 만나고 저 나름 쬐끔 성장했고 행복했고, 감사해서 조그만 것 드리고 싶어서 그래요." 


2023년에 새롭게 독서모임에서 관계를 맺게 되신 분입니다. 독서역량이 많이 부족하다고 늘 겸손하셨지만, 모임 내에서 가장 많은 성장을 하신 분이라고 우리 모두 이야기해요. 언제나 덕분이라고 겸손하게 말씀하시는 분입니다. 사실, 덕분에 우리도 많이 배우고 성장하는데요. 




트렌드코리아 2024에서 선정한 10개의 키워드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돌봄 경제'라는 키워드가 매우 인상적인데요. 처음 키워드를 접할 때는 고령화 사회의 당연한 키워드라고 생각했습니다. 돌봄의 대상이 증가하고 그에 수반하는 경제적 비용과 이를 기회로 삼는 새로운 산업이 생기리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돌봄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업체나 개인, 혹은 로봇 등으로 돌봄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이미 여러 로봇, 인공지능 등이 출시되어 있고, 일본에서는 상용화되었다 해요. 우리도 머지않아 반려 로봇이 흔하게 될 거예요. 


하지만, 책에서 주목하는 돌봄은 그보다 더 다양한 범주에서 나옵니다. 돌봄의 개념이 확장되어, 대상도 다양해집니다. 돌봄의 범주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는데요. 배려 돌봄, 정서 돌봄, 관계 돌봄입니다. 



배려 돌봄 vs 정서 돌봄 vs 관계 돌봄


배려 돌봄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입니다. 신체 활동이 어려운 노약자 등을 돌보며 그분들이 일상생활을 돕는 것을 의미합니다. 개인뿐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역할이 강조되는 돌봄입니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 돌봄의 확충은 경제성장과 함께 복지국가의 개념이 강화되면서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돌봄에 필요한 비용, 시간, 인력 등에 대해 사회가 공동으로 배려하고 돌보는 시스템과 서비스가 발전하고 있어요. 


정서 돌봄은 마음을 돌보는 일을 의미합니다. 요즘 현대인에게 가장 큰 질병 요인은 스트레스입니다. 이로 인해, 우울증, 불안장애 등, 마음의 병이 증가하고 있어요. 특히, 20대에서 그 증가율이 높은데요. 유병률도 높지만,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고자 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고령자들의 정서 돌봄도 중요합니다. 단순히 신체적 약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으로 약자가 되기도 하거든요. 유치원이 아닌 '노치원(노인+유치원)'이라 불리는 각종 노인 대상 주간 보호센터 등에서 부족하지만 돌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관계 돌봄은 '누구나 돌봄의 대상이다'라는 개념입니다. 같은 인간으로서 서로 기대는 것이라 해요. '엄마도 엄마가 필요해'라는 문장이 많이 와닿았는데요. 노인도 아니고, 유아도 아니지만, 돌봄의 공백에서 정서적으로 혹은 사회 역할에서 소외되거나 부족함을 느끼는 경우입니다. 다시 말해, 서로에게 이웃이 되는 것이에요.



최근 골목은 카페나 독립서점이 주민을 알아봐 주고 지역사회의 거실로 기능하고 있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트렌드코리아 2024>


낸시 폴브레 매사추세츠대 교수는 개인주의 사회에서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경제적 조건은 다른 사람을 돌보려는 '보이지 않는 가슴'이라고 지적한다. <트렌드코리아 2024> 



다시 말해, '관계 돌봄'은 공동체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고 돌봐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리거나 노령이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만 돌봄의 대상이 아니다.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나의 무언가가 돌봄을 받고, 동시에 나는 또 다른 사람의 무언가를 돌봐주며, 그렇게 계속 이어진 연쇄적인 돌봄이 오늘날 가장 중요해진 사회적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트렌드코리아 2024>





중년의 나이를 지나면서, 삶의 회한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았지만, 남아 있는 '나'는 소외되어 있는 느낌, 특히 여성분들은 그런 마음을 많이 담고 삽니다. 나를 찾고자 하는 열망이 어느 때보다 커지는 시기라 생각해요. 서로가 맺는 관계 속에서 비워진 나를 채워가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면, 훌륭한 돌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돌봄을 받았다 생각하지만, 이렇게 감사함을 전하는 것으로 우리를 돌보고 계신 분이 있었어요.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보람으로 한 껏 충만해집니다. 


개인화되어 가는 현대에서 역설적이게, 사람들은 관계를 갈망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 어떤 의도를 담기 마련입니다. 사람들의 이타성은 감소하고, 기대감만 높아지고 있거든요. 관계 속에서 보다 지혜롭게 돌봄을 실천하고 배려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러한 것이 나를 돌보는 훌륭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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