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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칼 Dec 06. 2023

올해의 단어

Authentic vs Rizz

작년엔 '가스라이팅'... 올해의 단어는 전 세계 관통한 'ooo' 선정



美 사전 출판사 메리엄웹스터  
'진짜의' 의미인 '이센틱' 선정
인공지능 시대 '진실성' 반영


미국의 유명 사전 출판사 메리엄웹스터가 '진짜의', '진품의'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어센틱'(authentic)을 '올해의 단어(Wordof the year)'로 선정했다.  인공지능의 발전 속에 딥페이커가 흥하고 객관적 사실과 진실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탈진실(post truth) 시대의 양상이 반영된 결과이다.



매년 올해의 단어가 선정되고 회자되고 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세계적인 사전 출판사들이 '올해의 단어'를 선정해서 발표하고 있다. 지난주에 발표한 웹스터 사전 출판사의 선정은 'Authentic'이다. '진정성', '진품'이라는 의미의 단어이다. 이 단어가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조금 역설적이게 들렸다.


인공지능과 더불어 살기 이전부터 우리는 진정성을 감소시키는 인류로 진화 중이다. '진정성'은 기본 품성이다. 하지만, 모든 시, 공간에서 진정성을 의심하게 된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나보다 더 나은 나를 내보이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런 욕망을 잘 포장하는 기술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인공 지능을 이용한 프로필 사진이 유행이다. 지금의 내 모습보다 훨씬 매력적인 모습을 만들어 준다. 각종 SNS에 올라오는 프로필 사진은 '내가 봐도 내가 아닌' 사진이다. 하지만, '뭐 어때? 어차피 내 본모습은 아무도 모르게 할 수 있는데.' 재미로 여기면 그만이다. 어차피 그의 모습이 아님을 알기에.


딥페이크 기술에 의해 실제 모습을 그대로 복제하여 거짓 인물을 만들 수도 있다. 유명 인물을 대상으로 가짜 뉴스를 생성하기 위해 만든다, 각종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도 흔하다. 그러니, 익히 알던 모습이지만, 언행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되면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저거 가짜 아냐?'


그래서 역설적이게 있는 모습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다시 유행이라고 한다. 페이크로 보이는 모습 말고, 실제 그대로, 가공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진정성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진정성을 의심하게 되는 것은 글에서도 그렇다. 각종 SNS에 올라오는, 혹은 올리는 글들이 사실일까? '어느 정도의 과장은 있지.'라고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곳이 각종 플랫폼이다. '반은 덜어내고 받아들여야지'라는 기준이 생긴 지 오래다. 그리고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그럴듯한 글을 '내가' 쓸 수 있다. 사람은 그저 마지막에 점 하나 찍으면 된다. 그러니, 우리 모두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정말 직접 쓴 거 맞아?' 혹은, '저 얘기 사실이야?'


그래서 기대치가 낮아진다. 어차피 과장되고, 왜곡된 것이라 짐작하기 때문이다. 잘 포장하는 방법을 나만 모르고, 그는 알고 있다 생각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상대에게 환호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어차피 진짜가 아니니까.


단순히 연출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는 연출 한 이미지와 실제 모습을 구별할 수 있다. '사진이니까 저렇지, 실제로 만들면 아니지.' 하지만,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면, 정말 진짜 같은 이미지로 나의 생활을 포장하며 보여줄 수 있다.


그래서 '진정성 있는' 사람이 귀하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거짓됨이 없고, 지나친 왜곡과 과장을 지양하는 사람이 귀하다. 진정성이 귀해지는 시기에, 사피엔스는 다시 진정성을 찾기 시작한다. 귀히 여기고 싶은 것이다.


메리엄웹스터는 홈페이지를 통해 'ai의 부상과 딥페이크 동영상은 다양한 주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며 "아이러니하게도 '진정성 있는 콘텐츠 제작자'가 신뢰구축의 표준으로 인식되면서 '진정성' 자체가 퍼포먼스가 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옥스퍼드사에서 선정한 올해의 단어는 '리즈(RIzz)'이다. '이성적 매력'이라는 뜻의 신조어라고 한다. 스타일적인 매력이나 이성의 마음을 유혹하는 능력 등을 의미한다. 이 단어를 처음 쓴 것은 미국 인터넷 방송인 카이세나 트이다. 본격적으로 유행한 것은 올해 6월 '스파이더맨'으로 유명한 영국 배우 톰 홀랜드가 인터뷰에서 사용하면 서다.


우리의 기억에는 '리즈 시절'이라는 단어가 익숙하다. '전성기 시절'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외모에서 이성을 끄는 매력이라는 것을 더 많이 내포하고 있다. 이성적 매력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이 역시 인간의 기본적 본능이다. 우리의 유전자에 그렇게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것이다. 언제나 과도한 것이 문제일 뿐이다.


톰 홀랜드가 '나는 리즈가 전혀 없다, 제한된 리즈만 있다'라고 말한 영상은 인터넷에서 밈으로 번졌고, 단어 사용량이 급증했다고 한다. 리즈가 없다는 고백이 어떻게 확장되고 변화되었을지 궁금하다. 문화적 변이는 이렇게 새로운 신조어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신조어는 각자에게 같으면서도 다른 의미를 갖는다.


'리즈'를 말하는 것에도 역설이 있다. 지나치게 '리즈'를 추구하는 것에 대한 반향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역시 '진정성'과 닿아있다. 'Rizz up'에만 지나치게 몰두하면 겉모습은 채워지고, 속은 비어가게 될지도 모른다. 'Rizz up'과 동시에 'Mind up'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 진정성이 균형을 잡아주지 않을까. 나의 진정성을 제일 먼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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